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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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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5g의 백구가 온갖 조화를 빚어내는 탁구의 첫 시작은 서브.
여자단식 세계 제패의 쾌거를 일궈낸 현정화는 최대 고비였던 바데스쿠(루마니아)와의 준결승 제3세트 20-15로 뒤진 절대절명의 순간에 혀를 찌르는 백 핸드쪽 긴 서브로 내리 5점을 따내 흐름을 뒤집었다.
짧은 서브를 계속 넣다 갑자기 길게 주니 바데스쿠가 당황했던 탓이다. 서브는 크게 회전·무 회전 서브로 대별된다.
무회전의 경우엔 짧고 길게, 또는 테이블의 구석구석을 공략하게 된다. 현이 대표적 선수.
돌출 러버를 이용, 회전을 많이 걸 수 없는 라겟 특성상 현은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곳을 간파해 무 회전에 가까운 서브를 넣은 뒤 제3구 공격을 가하는데 이 부문 최고일 것이라는게 김기택 여자대표팀 코치의 귀띔.
중국의 작은 마녀 덩야핑도 회전이 많진 않지만 거의 구별이 안 되는 한가지 동작에서 회전·무 회전 서브를 넣어 상대를 현혹시킨다.
세계 최고의 서버는 단연 남자세계랭킹 1위인 스웨덴의 발드너.
볼의 위·옆·아래를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봐도 알 수 없을 만큼 똑같은 자세로 교묘하게 횡 회전시키는 서브는 마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선수로는 스카이서브를 넣는 헝가리의 바토르피가 가장 위력적.
4m 가량 볼을 띄운 뒤 내려오는 가속도를 이용, 엄청난 회전계수가 걸린 서브를 넣는다.
한국에선 역시 스카이 서브에 코스가 다양했던 은퇴한 양영자가 역대최고.
남자로는 백핸드 서브만을 고집했던 김완 이 특기할 만하다.
볼을 손위 16㎝이상 띄워야 한다는 규칙이 도입되기 전 김완의 백핸드 서브는 회전, 무회전을 전혀 구별할 수 없어 그와의 첫 대결에서 이긴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
그러나 89년 규칙개정과 함께 김완은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또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던 세이크 핸드의 박리희는 라켓 색깔을 적·흑으로 구분시키기 전인 85년 이전 똑같은 색의 서로 다른 러버로 서브를 넣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박의 상대 선수는 소리를 듣고 서브의 구질을 파악하는 어려운 게임을 해야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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