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원조'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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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 태안군과 경남 사천시가 우화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 작자.연대 미상)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 사천시는 11일 "서포면 비토리 앞 바다에는 거북이와 토끼를 빼 닮은 거북섬.토끼섬과 비토섬 등이 있다"며 "이곳이 별주부전의 무대임을 재확인하고 구전(口傳)을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진주국제대학에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거북섬은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업고 뭍으로 나왔다가 토끼가 달아나면서 용궁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그대로 굳어서 생긴 것이며 이 섬에서 3년마다 한번씩 화재가 나는 것도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거북이가 홧병이 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포면 최수근 재무계장은 "각종 섬과 남해바다 등의 여건을 갖춘 비토리 앞바다가 태안보다 별주부전 무대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사천시는 이곳을 올해안에 별주부전 테마관광지로 개발하고 관련 캐릭터 등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사천시의 움직임에 별주부전 원조임을 자부하며 지난해 말부터 관광지 개발에 나서 온 충남 태안군이 발끈했다.태안은 이미 별주부전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전해오는 남면 원청리 해변을 한창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별주부전의 내용을 보면 서해는 물론 동해와 남해에도 용광이 살았지만 서해에 사는 용왕(광덕왕.廣德王)만이 병이 든 것으로 나와 있다"며 "병이 들지 않은 용왕에게 토끼의 간(肝)이 필요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청리에는 자라바위와 묘샘(卯泉.토끼가 간을 숨겨놓았다는 곳).용새(龍塞.자라가 처음 상륙한 지점)골.안궁(內宮.용왕이 사는 수궁앞 마을).궁앞(宮前.용왕이 사는 수궁앞 마을).노루미재(토끼가 무사생환한후 사라진곳) 등 별주부전에 나오는 지명이 지금도 전해진다. 박응교 남면장은 "특히 자라바위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찾아 육지로 나선 자라의 모습을 하는 등 여러모로 원청리가 별주부전의 무대로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태안군은 지난해 12월 24일 원청리 해변에 있는 자라바위 앞에 '별주부전 유래비'를 세웠다.또 자라바위 끝자락에는 자라(별주부)가 토끼를 등에 업고 바다로 향하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조각상을 세우고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명이 전해지는 6곳에 지명풀이가 담긴 안내석을 설치했다.

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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