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북풍' 태풍일까 역풍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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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2월 대선을 넉 달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이란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8일 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범여권은 큰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기존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남북관계 발전에 전기가 될 것"이라고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면서 저마다 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반사이익을 챙기려 애썼다. 정상회담이 한나라당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걸 호재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수구.보수 정당으로 몰아가면, 대선 본선 싸움이 본격화하는 가을부터 '냉전세력 대 평화세력'의 대결로 선거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일단 본선에서 부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걱정이 앞섰다. 한반도 평화.화해 문제가 쟁점화하면,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충성도가 약한 유권자들이 범여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대선에서 북한 변수는 테러.총격 등 네거티브 이슈였지만 이번엔 '평화 만들기'란 미래형 이슈인 데다 과거를 평가하는 총선과 달리 미래를 뽑는 대선과 맞물려 있어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미풍에 불과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선거 때마다 북풍(北風.북한 변수)이 불었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며칠 앞두고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됐지만 집권여당(민주당)이 총선에서 역풍을 맞았다는 사례도 제시한다. 이번에도 북한 핵 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 같은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정략적 정상회담'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민은 노무현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노리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한나라당 경선은 기본적으로 당내 행사인 만큼 평화 이슈가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득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경선 자체가 정상회담 이슈에 묻히면 경선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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