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잘나간다더니 … 섹터펀드의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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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렇게 많은 펀드들 가운데서 눈에 띄려면 튀어야 한다. 투자자를 끌 만한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올 상반기 급증한 게 특정 산업이나 테마에 투자하는 ‘섹터 펀드’다. 리츠·인프라·컨슈머·럭셔리·워터·친환경 펀드 등 각종 펀드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런 펀드의 올해 성적은 어떨까. 유행을 선도한다는 섹터펀드지만 수익률은 유행(평균)에서 한참 뒤떨어졌다.

 ◆‘악!’ 소리나는 리츠펀드=섹터펀드의 진원지는 리츠펀드다. 상업용 부동산에 직접 투자해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배당받거나, 이런 부동산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한 덕분에 연초부터 돈이 몰렸다. 일본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를 겨냥해 일본 지역에만 투자하는 상품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수조원이 몰렸지만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맥쿼리IMM글로벌리츠재간접클래스A’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3.14%다. 같은 기간 한화운용의 ‘Japan REITs재간접1’도 -16.52%를 기록, 투자자들을 울렸다. 설정 후 3개월 이상, 설정액 100억원 이상 리츠펀드 가운데 3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상품은 전무하다.

 도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도 사정이 좋지 않다. ‘맥쿼리IMM글로벌인프라재간접ClassA’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6.47%에 달한다. 그러나 인프라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수익률이 좋다.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인프라섹터주식1(CLASS-A)’은 3개월 수익률이 20%에 육박한다.

 ◆럭셔리·워터…다양한 테마, 수익률은 별로=별별 테마펀드가 쏟아졌지만 성과는 별로였다. 명품을 사지 말고 그 돈으로 명품에 투자하라는 럭셔리 펀드는 이름값을 못했다. 3개월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다. 같은 기간 해외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9.45%다.

 헬스케어 펀드도 수익률은 건강하지 못했다. 3개월 수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하다. 물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워터펀드에는 봇물 터지듯 돈이 몰렸다. 그러나 모든 워터펀드가 최근 1개월간 원금도 지키지 못했다.

 대체 에너지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친환경 펀드도 취지와는 달리 수익률은 좋지 못했다. 역시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다행히 3개월 수익률이 10%에 가까운 것이 있을 정도로 다른 테마펀드에 비해선 선방했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장기 투자 해야”=그나마 소비재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컨슈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를 웃돈다. 상품 가격의 상승세에 따라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ClassA1’의 6개월 수익률은 21.34%로 같은 기간 해외펀드(13.93%)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이 펀드 역시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16%에 그친다.

 섹터펀드는 특정 산업에 투자하는 만큼 수익률 변동성이 크다. 리츠펀드가 지난해 최고의 날을 보냈다면 올해는 최악의 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수익률만 보고 몰려갔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또 워터펀드·친환경펀드 등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단기 투자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의 허진영 연구원은 “섹터펀드는 어디까지나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단기 투자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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