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도개선 아이디어 백출/운영위소위 열띤 토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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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임위 가급적 월 1회·출석지키기/발언단축·소위활동 기록보관 제기
『몸싸움·맞고함과 여당의 군사작전식 날치기 통과,분노한 야당의 결의문 채택과 철야농성. 한편으로는 뒷선에서 막후협상이라는 이름아래 가끔 있어온 여야간 돈거래.
상임위회의장에서는 TV카메라만 비추면 정색하고 열변을 토하다 마감시간에 쫓긴 기자들이 회의장을 뜨면 회의는 건성으로 진행 끝. 그러다가 세비를 올리자는 안건이 나오면 모처럼 여야간 의견일치.』
○생산적 의회지향
언론과 국민들의 눈에 비친 우리 국회의사당의 부정적인 모습들이다.
국회 운영위의 제도개선 소위(위원장 이성호 민자당 수석부총무)는 요즈음 이같은 부정적 국회상을 씻고 생산적인 「개혁국회」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회의에서는 『본회의장에서 좀 졸면 어떠냐. 카메라 때문에 못살겠다. 의원도 사람이다』라든지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너무 형식적이다. 우리가 웅변대회에 나선 고등학생인가. 발언시간을 줄이는 대신 핵심을 찌르는 질문만 하자』는 등 솔직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왔다는 후문.
또 회기중이라도 욕먹지 않으려면 지역구행사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해야 하는 현재의 유권자의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소위는 10일에도 회의를 열고 국회운영제도·공직자윤리법 후속조치·의원윤리 실천규범·국정감사 및 조사법문제 등을 논의했다. 제헌국회때부터 전해져온 시의에 맞지않는 규정이 많고 유신국회의 잔재도 아직 남아 있는 형편이라 손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고 소위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소위는 이달말까지 여야합의안을 만들어 다음달 임시국회때 운영위에 낸뒤 9월 정기국회까지는 국회법개정 등 제반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성호위원장은 10일 회의후 국회운영 면에서 ▲상임위를 가급적 월 1회정도로 자주 개최하며 ▲입법공청회도 자주 열고 ▲국회 출석을 제대로 하고 ▲상임위 소위활동은 반드시 기록을 남기자는데 여야간 의견접근을 보았다고 밝혔다. 이중 상임위 소위활동 기록문제는 슬롯머신사건의 여파로 제기된 것으로,법안개정에 관련된 의원들의 발언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행여 뒤따를지 모를 로비의혹의 소지를 없애자는 취지.
제도면에서는 상임위 숫자와 업무영역외 조정문제,복수상임위 방안,본회의의 정례화,본회의 발언시간·방법의 개선문제 등이 거론됐다. 현재의 16개 상임위를 두세개 정도 더 늘리자는 안도 나왔다. 예를 들면 정보화사회에 맞게 「정보위원회」를 신설해야 하지 않는냐는 것. 또 국무총리실 정도만 관장하는 행정위와 재무부 및 숱한 산하단체를 다루는 재무위는 업무범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내서열에 따라 이른바 「물좋은」 상임위에 가고 못가고가 결정되던 과거 국회와는 사뭇 다른 차원의 의견이 만발했다고 소위위원들은 자평.
○국감문제도 논의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대해서는 발언시간(30분)이 너무 길 뿐더러 질문자로 선정된 의원이 문장 다듬는데만 시간을 너무 쏟는 등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반성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소위위원인 민주당 조홍규 수석부총무는 『본회의에 앞서 사전에 정부와 서면질의를 주고받은뒤 본회의장에서는 질문범위 안에서 국무위원들과 보충형식의 일문일답을 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국정감사·조사법에 대해서는 지방의회와의 관계문제가 심각히 논의됐다. 국정감사의 일부를 지방의회에 대행 또는 위임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국정감사가 헌법상 국회의 권한인데 따른 위헌시비가 제기될 수 있어 좀더 검토하기로 결론났다.
그러나 이런 생산적인 논의의 이면에는 코앞에 닥친 7월 임시국회의 일정조차 회기문제로 여야간 티격태격하며 결정못하고 있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어 국회가 모처럼 벌이고 있는 환골탈태작업은 좀더 지켜볼 일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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