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몸집 반쪽이 돼도 좋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신용카드 업계에 감원.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초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LG카드 처리 방안이 산업은행의 위탁 경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계 1위인 LG카드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 외환카드 등 합병을 앞둔 카드사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최고 55%까지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LG카드 채권단은 LG카드에 대해 신규 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을 한 뒤 직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 기업 매각을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임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큰폭의 정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카드는 지난해 말까지 직원수를 8천4백명(비정규직 포함)에서 6천3백명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현재 7천여명으로 아직 목표까지 줄이지 못하고 있다. LG카드 관계자는 "12월 중순 이후 회수 대상 채권이 늘어 인원 감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인력 감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오는 2월 삼성캐피탈과 합병하기에 앞서 두 회사에서 30%가량의 인력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2천9백명)와 삼성캐피탈(1천3백명) 두 회사 전체 정규직원(4천2백명)의 30%인 1천2백~1천3백명 가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등을 받을 계획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일단 이번주 통합법인의 최고경영자가 선임되고 조정 과정을 거치면 이달 말이 돼야 구체적인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월 외환은행에 흡수합병될 예정인 외환카드는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외환카드는 지난 9일 외환은행과 합병을 위해 전체 정규직원 6백62명 중 55%가량인 3백60여명의 인력감축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외환카드는 또 여행업 등 은행이 취급하기 어려운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부실 자산 감축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외환카드 노조는 "회사 측이 추진하고 있는 무리한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면서 "오는 1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