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원서 사진규격 항의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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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력고사용 4×5서 5×4로 바꿔/단체로 준비해둔 고교 돈·시간 피해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예상 수험생수는 90만명.
원서접수때 3장씩의 사진을 내아하므로 2백70만장의 사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실제 사진관에서 사진을 뽑을때는 4장 단위에 5천원으로 사진값만도 45억원이나 된다.
11일부터 접수가 시작되는 수학능력시험 원서의 사진규격이 지난해 학력고사때의 4×5(반명함판)에서 5×4(여권용)로 바뀌면서 뭉칫돈이 사진관으로 흘러들게 됐다.
학력고사 원서규격으로 생각하고 미리 사진을 준비해온 고3 및 재수 수험생들은 1일 시험공고에서 사진규격이 갑자기 여권용으로 바뀌어 사진을 다시 뽑느라 시간적·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K고교 박모군(18)은 『적당히 잘라 붙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선생님이 규격을 맞춰야 한다고 해서 5천원을 주고 4장을 다시 뽑았다』며 『돈보다도 금싸라기같은 시간을 쪼갠 것이 불만』이라고 말했다.
특히 4,5월중 졸업앨범용 사진을 찍으면서 4×5사진을 단체로 주문했던 고교들은 교육청에 집단으로 항의까지 하고 있다.
서울 성신여고 이정훈교사(3학년주임)는 『이미 두차례의 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고사에 대비해 학생 1인당 14장씩의 4×5사진을 준비해 둔 상태』라며 『모두 폐기하고 다시 뽑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학능력시험을 주관하는 국립교육평가원측은 완강하다.
이보영 고사운영부장은 『정답유출 사건이후 시험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부정행위 방지』라며 『이를 위해 얼굴이 보다 크게 나오는 5×4규격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새로 바뀐 대입제도에 미리미리 대비하라』며 사실상 사진 등 준비를 독려한 서울시 교육청측도 일선 학교의 잇따른 항의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청측은 이 문제를 교육부와 논의했으나 『본인여부를 대조하는 데는 5×4가 효과적』이라는 유권해석에 지난 8일 일선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내 원서사진 규격준수를 지시했다.
이에대해 일선고교측은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4×5사진을 준비한 상태이고,또 본인여부 식별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도 5×4만을 고집한는 것은 경직된 교육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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