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김기훈 입촌 거부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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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장명희)이 대표 팀 코치 경질로 내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기훈 선수(조흥은행)가 6일부터 시작된 태릉선수촌 훈련을 끝내 거부,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김기훈의 아버지 김무정씨는 9일『대표 팀 코치가 되면 선수 생명을 끝내겠다는 사람에게 어떻게 훈련을 맡길 수 있느냐』면서『현재의 코칭 스태프 아래에서는 절대 대표 팀 소집훈련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최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코치 진에 지난달까지 대표팀을 맡았던 조윤식씨 대신 유태욱씨(광문고 교사)를 기존의 전명규 코치와 함께 선임, 내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 대비키로 했는데 유 코치와 감정의 골이 깊은 김기훈 측에서「입촌 보이콧」을 선언한 것.
김기훈 측은『90년 10월 목동링크에서 열린 대표선발전 직후 유 코치가「내가 대표 팀 코치가 되면 기훈이는 더 이상 운동을 못하게 하겠다」고 주장한 사실은 빙상 계가 다 아는 일』이라며 유 코치 아래선 훈련할 수 없다는 입장.
그러나 김기훈 측이 유 코치를 기피하는 다른 이유는 그 동안 김기훈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던 조 감독이 물러나고 양측의 경쟁관계 등으로 감정이 대립돼 온 유 씨가 사령탑으로 훈련을 지휘하게 된데서 온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유 코치는『선발전 당시 누구에게도「운동을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폭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만약 선수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대면 시켜 줘도 좋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체육계는『선수 측이 감독 선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선수 측 자세를 나무라고 있으나『빙상 계가 현실적으로 선수간, 그리고 지도자간 파벌의식이 첨예하게 대립돼 경기 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빙상연맹은『장 회장이 독일 국제빙상연맹총회에서 돌아오는 대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 고 밝히고 있으나 김기훈 측의 거부 의사가 워낙 확고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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