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교 질높여 소수 정예화(개혁 이렇게 하자: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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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스팀화로 조직개편 필요/방산은 조립보다 부품기술 개발을
세계의 모든 군대가 소수정예화를 위해 개혁되고 있다. 미국군은 지금 하루에 5백명씩 감군되고 있으며 미 방산인력은 하루에 3천명씩 실직돼 나가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다. 많은 군인들은 군이 하루빨리 소수정예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개혁대안을 놓고 실천하자고 하면 「지금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군이 스스로를 개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군개혁에는 신사고적 발상과 수리분석 및 시스팀설계에 훈련된 전문가들의 양적 참여를 요한다. 군이 이러한 두뇌집단을 구성해 군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군에는 엄청난 용기를 요한다.
○각 군통신 일원화
군은 이제까지 군만이 군을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군의 신사고적 개혁은 그 어느 다른 정부부처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능력을 키우면서도 국방비를 절약해내야만 경제전선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은 세가지의 개혁을 해야한다.
하나는 간부의 질적 향상이고,둘은 군구조 개혁이며,셋은 시스팀 개혁이다. 한국군 병사의 질은 세계적이다. 그러나 이들을 경영하는 간부들의 질은 날로 떨어져가고 있다.
농촌총각들처럼 결혼하기조차 힘들어 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증폭될 것이다. 평화시에는 병사들과의 마찰이 증폭돼갈 것이며 전시에는 병사들의 생명을 값없이 절단낼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의사를 갖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한사람의 히포크라테스가 단 한사람의 병사를 살려내는 동안 질낮은 간부는 수십∼수만명의 생명을 단번에 절단낸다. 국민들은 자기 자식 하나 좋은데 보내려고 애쓰지 말고 간부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군을 매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을 살리고 국가를 지키는 길이다.
간부의 질이 회복되지 않으면 도입된 고가장비들은 제성능을 발휘할 수 없게된다. 아무도 장비 메뉴얼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간부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단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 이들을 현대적 학문과 기술로 무장시켜야 한다. 제한된 국방비를 가지고 이것을 달성하려면 간부단이 소수화돼야 한다.
그러나 군은 소수정예화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를 주저한다. 북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마음속엔 아직도 대군이 곧 강군이라는 6·25식 인해전술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군은 두마리 토끼를 놓고 망설이지 말고 질과 양중에서 택일을 결단해야 한다. 이에는 신사고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대군을 가지고는 절대로 강군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신념을 갖는 일이다.
군구조 개선은 두단계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는 행정조직의 경량화며,둘째는 전투조직의 소수화다. 육해공군은 수많은 유사행정부대를 각기 거느리고 있다. 육해공군 통신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동작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육해공군간에는 통신장비가 상이하고 작전용어가 상이하다. 육해공군에 통신감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통신 사령부와 통신학교들이 군별로 산재해 있을 필요가 없다. 모두가 영세조직이니 새로운 문물을 도입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할 수도 없다. 이는 군발전의 정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군별 중복현상은 군수부대·군사학교·정보부대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중간사령부도 너무 많다. 이러한 층층시하식 조직은 전투능력을 격감시키고 쓸데없는 업무량만 양산한다. 현재의 참모직은 50%이하로 감량되어야 한다. 미 국방부 과단위에는 불과 4명내외의 과원이 있다. 이들 자신들은 정책과 제도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결여하기 때문이다.
○정치부대 없애야
미국에는 국방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사설 연구소들이 5백여개나 있다. 이들 중에는 대우빌딩만한 건물을 워싱턴 DC에 6개정도나 가진 회사가 있다. BDM사다. 이들은 대개 1급비밀 취급 인가자들이다. 이러한 연구소들을 방문하는 장군들은 세번씩이나 표찰을 바꾸어야 그들이 방문하고자 하는 부서를 찾아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군인들만이 애국자고 보안을 지키는 주인이며,그들만이 군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고답적인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한국 국방부 과단위 인원은 15∼20명이다. 그중에 전문가는 없다. 고급사령부까지도 한국은 인해전술식으로 편성돼 있다. 정치부대들은 모두 청산돼야 한다. 지금의 전쟁에서는 수방사나 특전사가 유익할수 없다. 시스팀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산·해외구매·군수·예산관리 체계의 네분야다.
한국 방산업체는 고급장비를 더이상 조립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까지 방산업체가 국산화됐다는 것은 말로는 기술도입이었지만 실제로 기술이 쌓여진 증거는 없다. 업체들간에 국방비를 공평히 나누어 갔을 뿐이었다.
아무리 좋고 탐나는 기술이라해도 시장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시장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은 불과 몇명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말로는 미국이 기술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상 그들이 기술을 준다해도 한국 방산업체들은 기술을 소화하지 못한다. 기술도입을 미끼로 국산화에 참여했기 때문에 실제 기술을 소화하지 못하면서도 외국업체에는 기술료를 지불해왔다. 이 돈은 군이 부담했다. 미국 말고는 세계 그 어느 나라도 대형장비를 통째로 조립하지 않는다.
○전문성없인 안돼
이제 업체는 부품기술별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먹고 살아야 한다. 우후죽순식의 방위산업은 시스팀화돼야 한다. 해외장비를 구매하는 일은 지금까지 수많은 말단부처 행정장교들에 의해 관리돼 왔다. 전문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는 말들이 많다. 의사결정의 질에 권위가 들어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3년에 걸쳐 개발한 전투기를 놓고 한국군은 10년을 허송했다. 그리고 전투기 한대당 2천만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시간이 돈이라는 사실을 군은 인식해야 한다. 이는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아니지만 공중에서 부서지는 돈이다. 이제 이것은 중앙에 「최고의 소수두뇌집단」 창설로 해결해야 한다. 군수와 예산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은 별로 없다. 군은 여기에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수학논문도 군수관리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지만원씨·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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