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특별세무조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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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세청 처음엔 “모르는 일”/조사원 신변위험 걱정도
○…카지노업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착수사실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먼저 발표되자 국세청은 사전에 발표여부에 대한 「교감」이 없었던지 다소 당황한 표정.
박경상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청와대의 발표를 접한 기자들이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처음에는 『모르는 일』 『청와대에서 그런일을 발표할 수 있겠는가』라고 딴전을 부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말할 수 없다』 『모든 카지노업소를 조사대상으로 하는것은 아니고 몇개만 조사할 예정』이라는 등으로 내용을 번복했고 나중에서야 화급히 『서울·부산·인천 3곳 업소에 특별조사반을 우선 투입할 것』이라고 실토.
국세청은 특히 처음에 『누가 그런 내용을 어떤형태로 말했느냐』며 발설자에 민감한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사회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사정의지에 따른 조사』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당국의 지시가 아니라 호화사치업소에 대한 특별관리 차원에서 자체결정한 사항』임을 강조하는 등 고지식한(?) 반응.
○…특별세무조사를 착수하기는 했지만 국세청으로서는 카지노업소를 건드리기 껄끄로운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듯.
국세청은 카지노업소 비리에 대해 상당한 제보와 사전지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그동안 세원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벌일 경우 증폭되고 있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어느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무척 부담스럽다는 눈치.
즉 이들 카지노업소의 경우 수입금액이나 신고관리를 별도로 하지않고 장부도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유주들의 예금계좌 추적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데 워낙 작업이 많은데다 「검은 돈」의 속성이 그렇듯이 세탁과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돼 섣불리 자신할 수가 없다는 것. 사정한파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일반적 현상과 아울러 카지노업소 주변에는 거대한 폭력조직들이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사요원들이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하는데는 신변의 위험이 따를 것이란 두려움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
○…이번 조사에서 관심의 초점은 역시 「카지노대부」로 일컬어지는 전낙원씨. 전국 13개 카지노업소중 5개를 갖고있는 전씨는 소유업소중 1차 조사대상으로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가 선정됐다. 1차조사 대상업소 3개중 나머지 1개인 인천 오림프스호텔 카지노는 모두 4개의 카지노업소를 갖고있는 또다른 실력자 유화열씨의 소유.<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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