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혹 분명히 가려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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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침내 의혹을 증폭시켜왔던 카지노에 대한 국세청의 전면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조사에 착수한 것은 뒤늦었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못내 유감스러운 것은 그 결정이 자체적인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카지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언제인데 왜 지금까지 수사는 커녕 세무조사 조차 미뤄왔던 것일까. 우리는 이 점부터가 궁금하다. 만약 그것이 소문대로 카지노업계가 각계의 비호를 받고 있고,따라서 조사를 벌이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면 당국의 태도는 더욱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성역없는 엄정한 사정이 정부의 방침이라면 그러한 기미가 있을 수록 더 철저한 조사에 착수했어야 이치에 맞지 않는가. 우리는 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응이 스스로가 비리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항간의 소문에 주목한다. 카지노가 64년 개설이래 변변한 세무조사를 받은 일이 없었고,그나마 88년이후에는 한번도 세무조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런 소문에 신빙성을 주고 있다.
이제 당국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갖가지 소문의 진위를 의혹없이 명백히 가리는 일이다. 그러나 의혹과 소문은 탈세나 외화 불법유출 등 세무에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폭력조직과의 연계,각 기관과의 유착,정·재·언론계 등 각계 인사들의 비호설 등 의혹과 소문의 대상은 광범위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만으로 흑백이 가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소문대로라면 국세청 자체도 의혹의 한 대상이 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려면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슬롯머신 수사가 계기가 되어 카지노의 비리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검찰은 이례적으로 「카지노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발표까지 해서 도리어 의혹을 증폭시킨바 있다. 시작은 국세청이 맡았지만 그 매듭은 검찰이 지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혹을 풀어줄 수사·조사와 함께 정부가 착수해야 할 일은 카지노업의 제도적 개선이다. 카지노의 개설이 관광객 유치와 외화 획득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못지 않게 관광에 신경쓰고 있는 싱가포르·대만·일본 등도 카지노 설치는 허용하고 있지 않다. 다른 면에서의 「실」이 외화 획득이란 「득」보다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런 카지노를 허가한 이상 그 이익이 최대한 국가적 이익이 되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현재의 세금징수 수준은 적당한 것인가. 현재의 제도가 특정 업자에게 독과점적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익금을 현재처럼 특정 업자의 치부수단이 되게 방치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이와 카지노가 허가된 이상 그것이 무엇보다도 국가적 이익에 활용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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