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그녀를 읽어야 중국역사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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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그녀가 장제스(蔣介石)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형부와 언니는 펄쩍 뛰었다. 아이가 셋이나 있고 출신마저 비천한 남자에게 왜 시집가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능력을 눈여겨 본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운명은 그녀 편이었다. 훗날 남편은 대만의 초대 총통이 됐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역할은 지대했다. 중국 현대사의 격동의 현장에서 그녀의 두 발은 쉴 틈이 없었다. 시안(西安)사태 때는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담판을 지어 남편을 구출해 내기도 했다.

그녀, 즉 쑹메이링(宋美齡)을 빼고 중국 근.현대사를 이야기하긴 힘들다. 1898년 태어나 지난해 1백6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3세기에 걸쳐 중국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여걸이었다. 그녀의 결혼을 반대했던 형부는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이었다.

EBS '시사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란 제목의 신년 특별 기획을 1~2월 방영한다.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한 나라의 역사와 변화의 궤적을 되짚어보는 것이다.첫번째 인물이 쑹메이링으로 14일과 21일 밤 10시 2부작으로 나간다. 1부(사진)에선 그녀와 함께 쑹아이링(靄齡).쑹칭링(慶齡) 등 세 자매에 얽힌 일화와 젊은 시절 이야기가 소개된다.

특히 쑹메이링의 지혜와 과단성에 초점을 맞춘다. 결혼에 얽힌 일화에서 보듯 그녀는 항상 자신의 직관을 믿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권력은 영원할 수 없는 법.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가면서 그녀 역시 인생의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다. 2부는 이렇게 오욕에 찬 그녀의 말년을 그린다. 75년 남편이 서거한 후에도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양국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은 쉽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권혁미 PD는 "그녀의 인생엔 중국 현대사의 질곡이 그대로 녹아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주로 제3세계의 대표적인 인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아프리카의 희망인 '넬슨 만델라', 한 손가락이 잘린 공장 노동자에서 1억7천만 브라질 국민의 대표로 변신한 룰라 대통령 등이 다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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