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신정아' … 문화예술계 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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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신데렐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부터 '공연계의 대모'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까지-.

김씨의 학력 위조 파문으로 문화계는 경악에 휩싸였다. 6일 방송 출연으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전 김천과학대 교수인 이창하씨의 가짜 학력 파문이 물의를 빚은 직후다. 미술.방송.건축.공연 등 문화계가 전방위로 학력 위조 파문의 온상이 됐다는 충격이다.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굵직한 공연장을 운영하며 가난한 연극계를 후원해 온 어른이 모든 학력을 속여왔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서울여성영화제 이혜경 위원장은 "학력을 속인 개인의 도덕성은 문제가 있지만, 학벌과 상관없이 김옥랑 대표는 영리만을 따지지 않고 가난한 연극계를 포함한 문화사업에 일찍부터 기여해 왔다"며 "학벌 없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거짓말을 하게 하는 사회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올 것이 왔다"란 자조적인 반응도 보였다.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연극.무용.뮤지컬 등 공연 분야에선 학력보다는 현장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력 검증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런 풍토 때문에 김씨가 학위를 속여왔어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당사자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전국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대거 신설되고, 해외 유학파도 부쩍 늘었다. 과거엔 연극판에서 만나면 누가 어느 학교 출신인 줄 대충 알았는데 요즘엔 통 알 수 없다. 충분히 학력 위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뮤지컬협회장이자 단국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윤호진씨는 "몇몇 인사의 경우 외국에서 배웠다고 해도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어 학력이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다. 러시아나 동구권 같은 경우엔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도 학교 시스템 등이 다른데 어떤 학교인지, 교육 과정은 어땠는지 검증을 하지 못하는 게 한국 공연계의 현실이었다"고 토로했다.

한 원로 연극과 교수는 "최근 학위를 받은 젊은 세대와 달리 50~60대는 학위 수여 여부를 서로 점검하지도 않고, 학계에서 가짜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제2, 제3의 김옥랑이 무수할 것"이라며 "문화계는 이공계나 인문사회학계와 달리 학회나 논문의 비중이 작아 학위 검증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성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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