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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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루과이라운드(UR)태풍과 미국의 쌀 시장 개방압력에 직면한 우리 나라로서도 쌀 정책 수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 나라는 이 같은 외부압력이 아니더라도 이미 남아도는 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식생활구조의 변화로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는 반면 풍작으로 정부의 수매재고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쌀 재고량 1천9백20만 섬은 유엔의 권장재고량인 8백만 섬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80년 연간 1백32·4㎏이던 것이 92년에는 1백12·9㎏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쌀 재고량이 늘어갈 것이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이 연간 2조원에 가까운데도 마땅한 처분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수출을 하려해도 우리 쌀을 먹는 나라가 이미 자급자족을 이룬 일본밖에 없어 수출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청주·소주·막걸리·쌀 라면 등 쌀 가공식품의 개발을 적극유도하고 있지만 가공식품용 쌀 수요는 기껏 연 40만∼50만 섬에 그치고있어 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쌀 시장개방 불가피론 등은 발표될 때마다 국민감정만 자극했을 뿐 여론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쌀 시장개방은 이제 더 이상 국민감정으로 버릴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어차피 쌀 시장을 개방할 바에야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UR협상을 통한 개방이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데 보다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UR협상이 난항을 보임에 따라 미국이 쌍무협상을 강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 나라는 UR협상과 별도로 쌀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보고서는 쌀 시장이 개방될 경우 쌀 자급률이 개방 7년 후에 75%로 떨어지고 농가피해가 연 2조1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마디로 농촌이 붕괴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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