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내달 자선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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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6일 기자회견서 북한의 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장애를 딛고 네 손가락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감동을 줬던 이희아(22)씨가 북한의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연다. 이씨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장애인들은 남한에서보다 더 힘들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수익금을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공연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선천성 사지기형으로 1급 장애인인 이씨는 손가락이 양손에 2개씩 있고 허벅지 아래 다리가 없다. 하지만 운지법(運指法)을 바꾸고 특수 페달을 이용해 7살 때부터 피아노 대회에 나가고 상을 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 등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하면서 이름을 알려온 이씨는 “나의 꿈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천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나라가 나뉘어 있는 것이 이상했고 통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제는 북쪽 친구들에게도 피아노 연주로 천국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평소 북한 관련 자선사업을 많이 해온 유완영(44) 사단법인 ITF태권도협회장에게 이씨가 편지를 쓰면서 성사됐다. 이씨는 “내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희망을 준 것이 피아노”라며 “이제 그 선율을 다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뜻을 전했다. 이에 ITF태권도협회는 수익금으로 휠체어와 보행용 지팡이, 목욕의자, 의약품 등을 보내는 공연을 계획했다. 물품 전달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를 경유하게 된다.  공연의 뜻에 공감한 다른 음악인들도 함께 참여한다.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소프라노 박정원, 가수 클론, 테너 이승묵씨 등이 힘을 보탰다. 공연은 9월 1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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