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무더기 구속에 정치권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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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무더기 구속에 정치권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3명이 구속되고 2명에 대한 실질심사가 예정된 한나라당은 특히 대선자금 집행에 관여했던 김영환 의원의 구속수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도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한나라당의 편파수사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속 사태를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지난 대선때 사무총장겸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으로서 자금을 관리한 김영환 의원을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자금 사용처(출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최병렬 대표가 지난 9일 호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출구조사가 이뤄져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들을 검찰에서 오라가라 한다면 선거 결과는 불보듯 뻔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은 이런 우려에서다. 특히 김 의원이 검찰 출두에 앞서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다 함구할순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박주천, 박명환 의원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당 3역과 주요당직자, 율사출신 의원들이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검찰이 노무현 캠프는 놔둔 채 야당만 편파 수사하고 있다”며 “조사받을 것은 당당히 받겠지만 총선을 겨냥해 한나라당 와해같은 불순한 의도가 보일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차떼기’ 등으로 한나라당에 비난이 집중됐지만 앞으로 ‘출구조사’가 이뤄진다면 노무현 후보측과의 형평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진 대변인은 “검찰이 야당죽이기에 매달린다면 검찰수뇌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대선자금 특검’을 별도로 추진하는 등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10일 대선승리의 1등공신으로 꼽히는 정대철 의원이 구속된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나라당이 야당탄압을 운운하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비리은폐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공격하며 최돈웅, 박재욱 의원의 검찰출두를 촉구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야당탄압과 편파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해가 뜬줄 모르고 미몽에서 헤매며 잠꼬대를 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지하주차장에서 1백억원을 받은 최돈웅 의원부터 검찰에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더기 구속사태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국회가 지난해말 체포동의안 표결때 사안의 경중에 따라 1~2명이라도 가결시켰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번 사태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정치권 전체를 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하지만 옥석에 대한 구분없이 여론재판이 진행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민주당은 10일 새벽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 6명 모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수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지기 바란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영환 대변인은 “민주당 소속 이훈평 박주선 의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된 것은 애석한 일이며 수사를 통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아픔을 통해 정치권이 한 단계 더 투명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김영일 전 사무총장에 대한 수사 자체에 태클을 걸고 있는데 숨은 사연이 있지 않나 짐작된다”면서 “(한나라당 최돈웅, 박재욱 의원이 실질심사를 기피하는 것은) ‘차떼기당’에서 ‘도피당’으로 각인되는 건 썩 좋은 현상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차떼기 모금의 주역인 최돈웅 의원과 1백억원이 넘는 공금을 횡령한 박재욱 의원이 잠적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구속됐거나 재판중인 대통령 측근들이 총선 출마의사를 밝혔는데, 자숙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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