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 자발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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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영삼 정권의 강력한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의 경제·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2년간 군부통치하에서 우리의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발전을 했다. 그러나 외형적인 경제성장에 비해 국민의식은 높아지기는커녕 자유·언론의 억압 속에서 실질적인 성장을 해오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32년만의 문민정부 출범으로 인해 확실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우리 사회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증거라 하겠다. 이에 따라 새정부는 지금 「개혁 3단계론」을 내세우며 개혁의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직까지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사정작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으나 곧 경제에 대한 개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3 단계론」이란 정상을 회복한 다음 국민의 의식을 개혁시켜 정상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지금 불고 있는 사정의 바람은 그 첫 단계로 정상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사정작업이 완료되면 국민 의식개혁을 위해 개인의 창의성·자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세울 것이다. 이는 곧 완전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책들은 대부분 각종규제를 지금보다 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위의 두 단계들이 실현되면 마지막 단계의 정의실현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안녕과 조국의 번영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듯이 위의 세 가지 단계에서 두 번째 단계인 의식개혁은 국민 스스로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국민 스스로의 참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 「개혁3단계론」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국민의 잠재력으로 볼 때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현 정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도 있는 개혁으로 인해 최소한의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을 우려, 개혁을 반대하는 반개혁바람이 일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 문제점을 바로 잡은 다음에 개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미 현 정권에서 발표했듯 부작용이 무서워 개혁을 늦춘다면 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는 것이며 제도를 마련한 다음 개혁을 하자는 것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김영삼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신한국 창조라는 개혁의지를 꺾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반드시 강도 높은 개혁으로 인해 밝은 사회의 안녕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1단계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마지막단추까지 잘 끼울 수 있듯이 지금사정작업은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온갖 썩은 부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선 더욱 중요하다.
지금 슬롯머신사건으로 고위관계자들이 고구마뿌리가 나오듯 줄줄이 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청까지 관계된 이 사건이 과연 어디까지 연결되었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건은 장기화조짐으로 인해 더욱더 많은 비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검찰에선 축소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성역 없는 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성역 없는 수사가 잘 안되는 것은 아직 고위층부터의 개혁이 덜 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새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로 시작되고 있는 우리 나라는 더욱 더 강도 높은 개혁정책을 통해서만 신한국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휴정<서울 구로구 고척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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