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예상 깬 ‘디 워’흥행대박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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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영구’의 할리우드 드림, 민족주의적 인간승리 드라마가 통했다?
 
심형래(49·사진) 감독의 SF 블럭버스터 ‘디 워’가 4일, 관객 220만명을 돌파하며 놀라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개봉 4일만에 200만을 넘기는 기록은 지난해 1300만명을 동원한 최고 흥행작 ‘괴물’에 버금가는 것이다. 배급사인 쇼박스측은 “이런 추세라면 개봉 첫 주에 300만 관객에 육박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감나는 특수효과와 스펙터클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연일 매진 사례를 빚고 있다”고 밝혔다.

‘디 워’의 흥행은 평단과 언론의 한결같은 저평가 속에 이뤄진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애초 평단은 “컴퓨터 그래픽(CG)은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빈약하다”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엔딩 등 노골적으로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부정적 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관객 반응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우리 기술로 이룬 CG의 완성도를 포함해 오락성 측면에서 만족한다는 쪽이 우세다. 애국주의 마케팅에 대해서도 거부감 대신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팬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기존 평단이나 언론을 비판하며 스스로 집단화·권력화하는 대목도 이채롭다.

영화 ‘디 워’가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오후 관객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 ‘디 워’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사진=변선구 기자]

가장 큰 흥행동인은 비주류 감독의 인간 승리담에 있다는 지적이다. 개봉 직전 TV 오락프로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 등 감성적으로 호소한 것도 주효했다고 마케터들은 입을 모은다. 김동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는 “할리우드 수준 CG를 해냈다는 민족적 자긍심에 더하여, 한국영화계의 변방에서 미개척 장르 SF에 모든 것을 걸고 맨 땅에 헤딩한 심형래라는 인간에 대한 공감이 흥행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네티즌 관심 과열양상=‘디 워’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기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댓글전쟁’수준으로 어떤 ‘폐인’문화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관련글이 포탈에 올라오면 순식간에 댓글이 따라붙는 것은 물론이고, 댓글을 붙인 네티즌들 사이에도 이견에 대해 원색적인 어휘로 인신공격이 오간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디 워’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완성도를 비판한 독립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사이버테러 수준의 맹공을 받았다. 주요 포털사이트 두 곳에 개설된 팬카페 회원수는 각각 4만5000명, 2만7000명에 달한다. ‘괴물’의 공식카페 회원인 2만1000명을 웃돈다. 팬들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심형래 감독님을 존경한다’등 열렬한 지지를 보내 고 있다.

◆"작품보다 감독에 점수”=극장에서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목격된다. 영화의 본내용이 끝나고 심형래 감독이 힘들었던 지난 날과 세계시장 진출의 꿈을 들려주는 말이 자막으로 나올 때다. 감독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접 영화속에 들려주는 것도 전례가 없지만, 관객들의 박수 역시 전례없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쇼박스의 정태성 상무는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은 ‘디 워’가 아니라 ‘심형래의 디 워’”라면서 “인간 심형래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특이한 경험이기는 하되, 관객 가운데 1%만이라도 그런 열정을 이어받는다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시장 흥행수입은=쇼박스가 밝힌 순제작비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인 300억원대. 7000원의 관람료 가운데 극장몫을 빼고 3000원 남짓이 투자·제작사 몫이라고 보면, 관객수 1000만명에 육박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춘다. 수입억원대의 마케팅비는 이와 별도다.

하지만 쇼박스측은 이같은 계산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쇼박스 관계자는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개봉과 DVD등 부가판권수입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흥행수입에 대한 배분 역시 아직 논하기 어려워 보인다. 300억원 가운데 60억원 정도인 쇼박스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성희·이후남 기자<shyang@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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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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