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라운지] 입국장에만 카펫 까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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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의 출국심사대를 지나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통로의 바닥은 딱딱한 대리석이다. 반면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까지 가는 2층 입국장 통로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다.

인천공항만이 아니다. 외국의 공항도 입국장에는 반드시 카펫을 깐다. 입국장에만 카펫을 까는 이유가 뭘까. 승객의 피로감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탄 뒤 대리석 같은 딱딱한 바닥을 바로 밟게 되면 승객은 피곤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당연히 발목이나 무릎 관절에도 좋지 않다. 입국장 통로에 충격을 줄여주는 카펫을 까는 첫째 이유는 바로 승객들의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승객들이 입국심사대를 향해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내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용도도 있다. 대리석이나 나무 바닥에서 하이힐.구두 발자국 소리와 여행용 가방 끄는 소리가 한꺼번에 울릴 경우 그 소음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출국장은 승객이 각자의 게이트를 찾아 흩어져 이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문제는 카펫 관리다. 카펫은 내구 연한이 상대적으로 짧고 오염이 잘되기 때문이다.

우선 공항용 카펫은 가정이나 호텔에서 쓰는 것과는 선택 기준이 다르다. 사용층이 일정한 가정이나 호텔과 달리 공항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잘 안 닳고 튼튼한 것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청소에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깔려 있는 카펫 면적은 4만6000㎡다. 국제 규격 축구장 7개를 덮고도 남는다. 이런 규모의 카펫을 청소하느라 전담 인력만 18명을 두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두 번씩 진공 청소를 한다. 또 롤러에 천을 붙여 카펫의 때와 먼지 벗기는 작업을 15일에 한 번씩 한다. 25일에 한 번꼴로는 세제와 물을 섞어 뿌린 뒤 브러시를 돌려 때를 빼는 청소도 한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합해 한 달 3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인천공항은 내년 초 여객터미널 입국장의 카펫을 교체할 예정이다. 내구연한(6~7년)이 다 됐기 때문이다. 교체 비용만 31억 7000만원에 달하고 기간도 한 달이 넘는 대공사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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