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사람들 “눈물의 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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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노체포” 학생들 연일 몰려와 시위/교통체증·최루가스 세례에 잠못이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이 살고있는 연희동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어 이 지역주민들이 다시 최루가스와 막히는 교통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은 88년 여름 5공청산과 관련,이 동네에 쏟아졌던 따가운 시선과 연일 이어졌던 학생시위로 겪었던 곤욕을 다시 떠올리며 「고통을 분담」하는 중이다.
지난 18일과 19일 광주민주화운동 13주년을 맞아 한총련소속 대학생 2천여명으로 구성된 「전·노 체포선봉대」가 시위를 벌인데 이어 27일부터는 한총련 출범식에 참가한 학생들이 사흘째 이곳에 몰려와 대규모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교통체증과 최루탄에 시달려야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2동과 노 전 대통령이 사는 연희1동은 박판제 전 환경청장·이원조 전 의원·이현수의원(2동),신경식의원·강성모 전 의원(1동) 등 유명인사들이 모여살고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전형적인 고급주택가.
전 전 대통령 사저에서 2백여m 떨어진 연궁파출소는 5년전 「전두환 체포조」 대학생들의 기습시위 당시처럼 또다시 현장상황실이 되어 관할 서대문서 신보기서장을 비롯한 경비관련 경찰간부들이 진을 치고 있는 중.
대로에서 5백여m나 들어간 골목에 있는 두 전 대통령집은 이같은 경찰의 철통같은 보호로 별다른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학생과 경찰이 대치하는 연희로주변 상가와 주택가 주민들의 괴로움은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은 최루가스에 계속 눈물을 흘리고 밤에도 남아있는 가스때문에 잠을 못자는가 하면 시위만 있으면 멀리서부터 교통이 막히는 고통을 겪는다.
최루탄가스가 바람에 실려 퍼지면 창천동과 연남동 등 연희동 주변 주민들까지 괴롭다.
5,6공의 원죄청산이 「역사의 몫」으로 계속 남아있는한 해마다 이 「난리」를 되풀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연희동 사람들은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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