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증시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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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수조정은 곧 저가 매수의 기회다. 올해처럼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 25일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한 뒤 조정 장세가 이어지면서 지수가 다시 1800대로 급락했다. 예전 같으면 시장은 '팔자'일색 분위기로 얼어붙었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평소의 배가 넘는 돈이 연일 몰려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어떤 펀드에 돈이 많이 들어오는지, 외국인과 기관이 어떤 종목을 사들이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투자의 길이 보인다고 조언한다.

◆'인기펀드에 주목하라'=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로만 4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에 각각 3403억원, 2884억원의 돈이 몰려드는 등 본격 조정이 시작된 26일 이후 7거래일 동안만 2조3500억원이 넘는 돈이 밀려들었다. 7월초부터 지난 2일까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다. 한달 남짓 동안 5141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KTB자산운용의 'KTB마켓스타주식A'에도 2371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돈이 몰려들었다고 당장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디스커버리주식형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99%로, 수익률 순위로는 89위다. KTB마켓스타는 29위(8.7%)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최근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순위도 동반 추락했다. 메리츠증권의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들은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만,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이 급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장기 시장 전망이 여전히 밝기 때문에 조정장에서는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최근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싸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IT.금융 사들여=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셀 코리아(sell Korea)'는 아니다. 저평가돼있고 성장성이 있다고 본 종목들은 대거 사들였다. 7월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3128억원어치 사들였으며, 다음으로 하이닉스, 삼성카드, 부산은행, LG석유화학 순으로 많이 매수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상위 종목들이다. 이 기간 동안 이들 종목은 삼성전자(4.24%)를 제외하고는 코스피 상승률(6.27%)을 훌쩍 넘겼다.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차와 포스코.삼성증권.KT&G.하나금융지주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내다판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였다. 국민은행-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삼성물산-LG필립스LCD 순이다. 성적은 시원찮다. 상승률 29.8%를 기록한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코스피 상승률에 못 미쳤다. 7월 성적으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에 월등히 앞선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부장은 "IT와 자동차.금융은 하반기에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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