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투자·개발 당부/김 대통령 “부정하게 돈벌생각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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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계인사와 첫 만남 눈길
김영삼대통령은 29일 낮 청와대에서 럭키금성의 구평회,현대의 정세영,경방의 김각중,효성의 조석래,포철의 정명식회장과 대우의 이경훈,대한항공의 조중건,쌍용의 김석준부회장 등 재계인사 12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계의 의견을 들었다.<대화록 2면>
이날 모임은 김 대통령이 오는 6월 중순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6차 한미재계회의 참석대표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나 김 대통령취임후 대기업 총수들과의 첫 만남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만큼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지금 중소기업들은 활발하게 재투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선뜻 움직이려하지 않고있다』고 대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나는 한번도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 말라고 했을뿐』이라면서 『최근의 개혁은 초법적이 아니며 법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주영씨 문제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현대그룹의 정세영회장 등은 『부정부패척결은 환영하지만 사정이 너무 길어지면 모든 면에서 굳어 지게 마련이므로 이제부터 비리를 저지르면 절대 용서없다고 선언해 기업의 투자의욕이 되살아 나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구평회회장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특히 경제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지적,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줄 것을 요망했다. 김 대통령은 『요즘 기업에 돈 달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이 있느냐』고 묻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제 영영 경제회생의 기회를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은 『이날 모임은 새정부 출범후 부정부패척결과정에서 재계의 얼어붙은 상황을 해빙시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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