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방과후 지도|마음고생 꼴찌에 사랑과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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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조용한 교실에서 몇몇 학습부진 어린이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 올해로 교직생활 23년째인 박갑대 교사(경북 석보국교)의 한결 같은 일과다.
남들은 다 알고 신나게 대답해도 자신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가지만 차마 모른다는 내색을 못하는 어린이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아는 박 교사는 수업진도를 도무지 못 따라오는 어린이가 없도록「1대1」의 보충학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 교사의 담임 반 어린이들은 거의가 2학기에 접어들기 전에「학습부진아」신세를 면하게 된다.
교과서 중심의 학습 말고도 박 교사는 자비로 좋은 책들을 사다 학급문고를 만들고 어린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익히도록 한다. 어린이들의 일기장을 꼼꼼히 읽어보고 교사의 위로나 격려 등 도움말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는 일기장에 일일이 답장(?)해 주는 것도 박 교사의 중요한 개별지도 방식. 교무주임으로서 아무리 급한 잡무가 쌓여도 학교에 머무르는 동안은 오로지 어린이 지도에만 전념해야한다는 신념 때문에 교문을 나서는 박 교사의 가방에는 퇴근 후 집에서 처리할 일거리가 들어있게 마련이다.
대구 경상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둔 이재분씨는 요즘 기회만 있으면 아들의 담임선생(최상진 교사)에 대한 자랑으로 침이 마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시험점수가 60점 정도이던 아들은 전자오락실이나 드나드는 등 공부에는 통 관심이 없고 가출 일보직전이었으나 요즘은 예습·복습을 철저히 하는 모범생으로 탈바꿈한게 모두 담임선생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 교사는 담임반 학생 전원이 원래 등교시간보다 30분 이상 먼저 교실에 도착하도록 해서 학생들 스스로 낸 주·객관식 문제의 답을 검사한다는 것. 그러나 학생들을 공부에만 비끄러매지는 않는다. 공휴일을 이용해 학생들과 등산하는 등 즐거운 단체활동을 이끌어 인간적 만남과 생활교육의 기회로 삼는다고 한다.
강은희 교사(서울 번동국)는 요즘 어린이들의 지나친 이기심과 경쟁심을 누그러뜨리고 서로 이해하며 협동하는 자세를 길러주는 방법을 여러모로 궁리한 끝에 조별 취미활동을 적극 권하고있다. 담임반 어린이들이 쉬는 시간과 방과후의 자유로운 시간에 각자 좋아하는 축구·색종이 접기·바둑·줄넘기·공기놀이 등을 하도록 각각 필요한 도구를 교실에 갖춰둔 것이다.
『색종이 접기조 어린이들에게는 한달에 한번씩 그동안 만든 작품들로 교실을 꾸며보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의 솜씨를 자랑해보도록 하는 등 담임으로서 틈틈이 관심을 기울이면 어린이들은 얼마나 기뻐하며 열심인지 모릅니다. 특히 같은 조 어린이들끼리 아주 가까워져 학년이 바뀌어도 계속 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지요.』
부담 없는 취미활동 기회가 흔치않은 도시의 요즘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시간과 우정을 함께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수업과 잡무만으로도 이미 벅찬 현실에서 이같은 교사들의 노력은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느 교사라도 뜻만 있으면 별다른 무리 없이 좀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풀어야할 숙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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