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정계·언론계도 수사착수/정씨 배후조사 심상찮은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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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 관련간부 처벌 주내 마무리/“실추된 명예”무차별 척결로 숨통
이건개대전고검장을 비롯,검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목전에 둔 검찰조직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제살을 도려내는 뼈아픈 작업을 진행중인 검찰 내부에 『더 이상 거칠 것이 있겠느냐』는 비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이처럼 격앙된 분위기가 어디로,어떻게 분출될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최고수뇌부인 고검장급 8명중 이 고검장을 포함,3∼4명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것을 비롯,거론되는 부장검사급 이상만 5∼6명에 달해 한마디로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이 슬롯머신업계 비리의 주역으로 몰린 상태에서 무슨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일손마저 놓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형편이다.
어쨌든 검찰고위간부들의 연루설이 처음 보도될때만 해도 설마하던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이제는 「문제검사」들의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는 있다.
검찰이 내부 비호세력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방침을 표방하고 나선것도 파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실추된 신뢰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반면 검사들 사이에는 이번 수사가 검찰 수뇌부에 대한 단죄로 막을 내린다면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의 제일 큰 비호세력은 검찰이었다』고 낙인 찍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정계·언론계등 다른 분야의 비호세력에 대한 무차별 척결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사정에 성역이 없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최근 검찰에 쏠린 여론의 직격탄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일단은 숨통을 트자는 의도로도 보인다.
검찰은 이번주내에 내부 비호세력처리를 마무리 짓고 다음주부터 정계·언론계등의 본격수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이러한 분위기라면 정치권은 물론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언론계에도 한차례의 사정태풍이 가차없이 몰아칠 것으로 검찰주변에선 보고있다.
특히 검찰을 궁지로 몰아넣은 청와대의 특별지시도 축소의혹을 제기한 보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어 앞으로의 수사가 절대로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정씨의 비호세력으로 소문이 떠도는 인사는 ▲여권중진 L씨와 두K씨,야권 K씨 ▲언론계의 두J씨,P씨,L씨 ▲경찰간부 Y씨와 K씨등을 비롯,안기부·국세청·군에까지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정씨형제를 상대로 저명인사들과의 유착관계를 집중추궁하고 있으며 다음주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물증확보에 나서는 등 본격수사를 펴나갈 것이 확실시 된다.
이러한 검찰 분위기가 「성역없는 수사」에 도움이 될것임은 틀림없으나 일각에서는 엄정해야할 검찰권 행사가 감정에 치우칠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보고있다.
특히 실정법상 검사 개개인은 수사권을 지닌 독립관청이기에 만약 이 고검장등 문제가 된 검찰간부들을 따르는 동료 및 후배검사들이 닥치는대로 사정의 칼을 휘두르고 나선다면 검찰수뇌부로서도 제어키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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