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개방압력맞서 “실탄장전”/일 보복관세도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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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 “눈에는 눈” 손해만큼 상응보복/다분히 미국 겨냥… 양국 무역전쟁으로 번질 우려
미국의 집요한 시장개방 압력에 일본이 정식으로 반기를 들었다.
일본정부가 25일 일본판 슈퍼301조(불공정무역관행에 관한 제재조항)라 할만한 보복관세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올 가을까지 외무성·대장성·통산성이 공동으로 「관세 정률법」을 새로 제정키로 했다. 일본이 관세면에서 불이익을 받는기간중 같은 품목에 대해 일본이 받은 손해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보복을 가한다는게 골자다.
일본이 시행키로한 보복관세제도는 표면상 특정국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정부가 최근 일본측에 「무역수치목표」결정을 수락하도록 요구한 시점에서 나온 조치인 만큼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대처방안으로 보인다. 같은날 미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는 론 브라운 미 상무장관이 『미 정부는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부문의 미국상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도록 일본측에 압력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강조,양국의 태도가 무역전쟁으로 가고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미일양국은 오는 7월 동경에서 개최될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전까지 양국 경제문제를 다룰 「신협의기관」 설치에 합의,조율의 자세를 보여왔으나 미국이 요구한 「무역수치목표」결정에 대해서는 「관리무역」이라며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가 올봄 워싱턴 방문때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합의를 본 「신협의기관」은 「미일 구조협의회」와 「시장분야별 협의」를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 기관이 대일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개별품목 협의창구라는 생각을 갖고 지난달 21일 미 무역대표부를 통해 자동차부품·자동차·반도체·통신기기·건설·컴퓨터·슈퍼 컴퓨터 등 7개 항목을 시장개방 최우선 분야로 지목,개별분야에 대한 목표치 설정을 일본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관리무역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원칙론과 함께 『일본시장이 미국보다 더 개방돼 있다』『미국은 일본국민이 살 수 있도록 좋은 물건을 만들어라』는 등의 감정섞인 반응까지 보였다. 이번에 일본이 보복관세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갈 「신협의기관」이 채 마련되기도 전에 미국이 「무역수치목표」 결정 등을 요구하며 나선데 대한 불쾌감이 내포돼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위반하는 조치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에 한해 상대국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가할 것』이라 말해 애써 미 슈퍼301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개방요구에 대응하는 방어적 입장에서 마련된 조치임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현행 관세정률법7조는 상대국의 통상정책으로 불이익을 받았을때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지금까지 구체적 발동요건이 규정돼 있지않아 「탄환없는 무기」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계속되는 공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일본이 보복결정을 포함시킴으로써 「탄환 장착」을 시작한 것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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