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준 미국 자동차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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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한국 등 아시아 업체들은 약진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달 미국 진출 이래 최고의 시장점유율(5.4%)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오토데이터는 2일 미국 자동차 빅3의 지난달 시장 점유율이 48.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브.볼보.랜드로버.재규어 등 미국 기업 소유의 외국 브랜드를 포함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49.5%에 그쳤다. 반면 도요타.혼다.닛산.현대 등 아시아 업체들은 미국 시장의 44.6%를 차지했다. 지난달(42.7%)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한편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확 줄었다.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 7월보다 12.4% 줄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재미를 못 봤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닛산(1.7%).BMW(20.1%).기아차(1.0%) 등 극소수였다.

현대차는 판매량이 7.8%나 떨어졌다. GM(-22.3%)과 포드(-19.2%).크라이슬러(-9.1%) 등 미국 업체들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고, 도요타(-7.3%).혼다(-7.1%) 등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시아 업체들의 약진은 해당 기업이 잘했다기보다는 미국 업체들의 판매량이 더 많이 줄어든 덕을 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시장의 부진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고,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업체들의 주력 차종인 픽업트럭의 판매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픽업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가 넘는다. 이 위원은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기름을 많이 먹는 픽업트럭보다는 연비가 좋은 승용차를 많이 구입하고 있는데, 미국의 빅3가 신형 승용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국 빅3의 침체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GM과 포드가 2005년께 시작한 구조조정을 내년께 끝내고 연비가 좋은 신차를 속속 내놓을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도 내년을 대비해 신차를 개발하고 연비를 향상시킨 저가 차를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연비가 좋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아반떼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생산 라인을 변경하는 데 노조가 꼭 협조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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