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비디오|영화 삭제장면까지 담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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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 비디오시장에 요즘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을 내세우는 비디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디렉터스 컷이란 영화제작자의 압력으로 수정되기 전의 감독 의도대로 편집한 영화를 가리키는 말. 디렉터스 컷은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담고있는 판본이라는 의미를 갖게 돼 영화팬들의 호응을 받아왔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블레이드 러너』가 전형적인 디렉터스 컷. 내레이션이 빠지고 결말이 암울하게 처리된 것이 82년 개봉작과 다르다. 이미 SF영화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82년 상영당시 흥행에서 참패했었는데, 디렉터스 컷은 흥행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영화를 비디오로 내면서 삭제된 노골적인 장면들을 되살린 것도 디렉터스 컷이란 이름으로 나와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폴 버호벤 감독의『원초적 본능』은 영화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을 출시된 비디오로도 크게 히트한 바 있는데 지난달 디렉터스 컷이란 명목으로 비디오 신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이전 것에 빠졌던 섹스·폭력장면 47초를 되살리고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터뷰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육체의 증거』경우도 주인공 마돈나와 윌렘 디포의 노골적 성애장면 2분여를 덧붙여 6월중 디렉터스 컷으로 나올 예정이며『나인 하프 위크』신판 역시 성애장면 1분30초를 덧붙인 것. 프랑스 영화『연인』은「국제판」이라는 이름으로 러브신 중심의 12분을 복원한 비디오판을 낼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영화가 등급심의에서 X(등외)는 물론 NC17 (17세 이하는 입장불가) 판정을 받으면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없는 등 제약을 받기 때문에 흥행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적어도 R등급(17세 이하는 보호자 동반 경우 입장가)을 받기 위해 지나친 섹스·폭력장면 등을 미리 잘라내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잘라낸 장면을 복원하면서『극장에서 볼 수 없던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선전문안을 달고 디렉터스 컷이란 미명하에 비디오로 재탕을 내놓는 것이 선정주의를 이용한 새로운 판매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디렉터스 컷으로 본래 영화의 작품성을 되살리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2년작『프랑켄슈타인』에서는 괴물이 어린 소녀를 호수로 내던지는 장면이 잔혹하다 해서 삭제됐었는데 비디오로 나오면서 이 부분이 되살려졌다.
올리버 스톤의『JFK』경우는 상영시간을 줄이기 위해 잘라냈던 주인공의「투나잇쇼」출연 장면등 17분을 되살렸다.
92년작『대미지』중 2분 정도를 삭제당했던 루이 말 감독은『감독의 편집판을 존중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라는 말로 디렉터스 컷을 옹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렉터스 컷이 작품성보다는 상업적 전략에 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디렉터스 컷 자체가 작품성을 보증하는 징표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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