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열매 맛 못본 비운의 3인/3당통합 실무주역들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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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뇌물수수로 사법처리 직전 박철언/문민정부 출범 못본체 타계 김동영/주군JP에 등돌리고 표류 김용환
『박철언의원의 몰락을 보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사람이 다 번다」는 말이 생각난다.』
18일 오후 박 의원이 검찰소환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민정계출신 민자당의원 한 사람이 불쑥 이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은 90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3당통합의 실무주역중 몇사람이 통합이라는 나무에서 나온 열매의 단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현실정치에서의 부침상을 두고 한 말이다.
3당합당 당시 민정당·민주당·공화당에서 각당 총재들의 밀명에 따라 나름대로 통합작업에 참여한 사람은 많았겠지만 주역3인을 꼽는다면 박철언(민정)·김동영(민주)·김용환(공화)의원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이들 3인은 공교롭게도 건강 또는 정치적 불운(?)으로 합당의 재미에서 멀어졌다.
먼저 고 김동영의원은 통합이후 원내총무·정무1장관 등을 맡으면서 민정·공화계의 공격으로부터 김영삼대표를 지키는 「정치적 경호실장」역할을 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필생의 과업이었던 「김영삼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을 직접 보지못하고 91년 8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이후 김 의원 묘소를 찾아 다시 명복을 빌었다.
김 의원이 건강한 몸으로 현실정치세계에 몸담고 있었다면 현재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당사무총장으로 개혁의 최선봉에 서있었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개혁주체로 각광받던 최형우 전민자당사무총장과 함께 「좌동영우형우」로 불렸을 만큼 김 대통령의 오랜 핵심측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 김 의원은 「인명은 재천」이기 때문에 김 대통령과 헤어졌다.
그러나 국민당의 박·김 두의원은 합당의 결실인 김영삼대통령 시대의 여당의원자리를 자신들이 스스로 박차고 나가 별 동정을 못받고 있다.
물론 이들이 김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시기는 김 대통령이 단순히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였고 설령 이들이 민자당에 남아 있었더라도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당정에서 정치적 입지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박·김 두의원은 모두 새 정치를 외치면서 김 대통령과 결별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양자의 재산상태나 정치적 행적은 「구악」의 행태에 가깝다.
먼저 박 의원은 3당합당의 민정계측 실무주역이었으나 정치적으로 사사건건 김영삼대표와 마찰을 일으키다 끝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땀이 밴 민자당을 버리고 정주영후보의 국민당에 입당했다. 그는 대선패배후 국민당와해를 막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사법처리에 보호막을 쳐두려는 집요한 노력도 정 대표의 「배반」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김용환의원도 공화계의 몫으로 정책위의장까지 지냈으나 김영삼후보 지지를 선언한 자신의 정치적 「주군」 김종필 당시 최고위원에게 등을 돌리고 탈당,대선때 「정주영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특히 재산공개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땅 4백50여평을 대우중공업에 69억여원에 매각한 것이 재산축소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내사설까지 나돌아 국회에서도 김 의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결국 3당합당 실무주역 3명은 힘을 합쳐 기와집을 지었지만 고 김 의원은 운명에 의해 「비단옷에 쌀밥먹는 세월」을 보지 못했고 나머지 두명은 본인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비가 새는 오두막집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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