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해외 유출은 매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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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5월11일자 (일부 지방 12일) 독자의 광장란에 실린 투고를 읽고 느낀 바 있어 이 글을 적는다. 우리 나라에서 수년간 거액을 들여 개발한 전자 기술이 일부 양심 없는 기술자들에 의해 홍콩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현실에서 나 자신도 김정식씨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분노가 치민다.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물질적인 만족을 느낄 수는 있어도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양심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양심 없는 기술자들의 행동을 질타하면서도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처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 나라 경영자들에게 연구 기술진들이 회사에 애착을 갖고 일 할 수 있도록 능력과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는가를 따지고 싶다.
물론 1백이라는 성과를 낸 연구진 가운데 1백의 대가를 바라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는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신제품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또는 전적으로 독창성을 발휘한 경우에도 경영주는 단지 고용인으로서의 급여만 인정할 뿐, 실제로 특허품 개발에 자본만을 댄 경영주가 특허 신청 서류에 올라가고 정작 본인에게는 사내 감원 바람이 불때나 지방 근무 발령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알량한 혜택 (?)을 줄뿐이다. 특허품 개발에 따른 이득을 경영자가 독점하는 현재의 기업 윤리 속에서 홍콩으로 이적한 사람들만 매국노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원인 제공 요인은 언제나 결과에 가리워져야만 하는가.
국내 상품보다 훨씬 싼 가격에 훨씬 좋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면서 자국내 소비자에게는 수출품보다 비싼 가격에 품질은 그 반대로 낮게 해서 폭리를 취하는 경영자들이 건재하고, 제 허물은 덮어둔 채 기술을 팔아먹었다고 매국노로 몰아붙여 연구진들을 불평등한 조건으로만 묶어두려는 사고 방식이 활개치는 한 홍콩뿐 아니라 저멀리 아프리카까지도 우리의 소중한 기술과 인력은 봇물 터지듯 흘러나갈 것이다. 이정화 <인천시 남구 주안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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