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박물관 한국 전시실 갖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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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가 확정돼 세계 3대 박물관이 모두 한국측 재정지원으로 독립된 한국 전시실을 갖게 된다.
한국 국제 교류 재단 (코리아 파운데이션) 손주환 이사장은 지난 4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윌리엄 루어스관장 등을 만나 한국실 개설에 원칙적으로 합의, 현재 개설 실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합의에 따르면 관련 소요 비용 1천만 달러 (약 80억원) 중 국제 교류 재단이 3백만 달러를 지원, 95년 98평 크기의 전시실에 한국 소장품 2백여점을 갖춘 독립 한국 전시실을 개설하게 된다.
박물관측은 자체적으로 7백만 달러의 대응 기금을 마련해 한국 미술품 구매·전문 학예관 채용 등을 맡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술 전문 전시관으로 소장품이 3백만점에 이르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이번 합의에선 한국실을 중국실과 일본실로 통하는 길목지점인 2층 디용 갤러리에 두기로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실 신설 계획은 77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왔으나 국내 정치·인권 상황 등을 이유로 그동안 박물관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재단측은 한국실 개설에 차질이 없도록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의 중이며 17일부터 5일간 강우방 국립박물관 학예 연구 실장을 현지에 파견, 현장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 교류 재단은 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동양 문화재 전문 박물관인 국립 기메 박물관의 한국실 확장에도 9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동양 문화재를 이전, 전시하고 있는 기메 박물관은 단원 김홍도가 그린 8폭 병풍 등 한국 관련 소장품 1천5백여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95년 초까지 한국실을 약 60평 규모로 확장, 개설할 예정이다.
재단은 지난해 5월 영국 대영 박물관의 한국실 개설을 위해 총 1백20만 파운드 (약 15억원)를 지원키로 합의하고 1차로 24만 파운드를 지원한 바 있다. 대영 박물관은 대규모 개축공사로 1백20평의 한국실을 확보, 97년부터 고려청자·삼국시대 고분 발굴품 등 소장 우수 문화재 5천여점을 전시하게 된다.
이들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실이 개설·확장되면 이제까지 중국·일본 유물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문화 예술의 진면목이 국제 사회에 널리 소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측은 이밖에 미국의 주요 박물관 중 한국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피바디 박물관·시애틀 박물관에도 한국실 운영·개설 지원 기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 해외 박물관 한국실 개설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국제 교류 재단은 91년 공포된 한국 국제 교류 재단법에 따라 기존 한국 국제 문화 협회를 흡수, 지난해 1월 발족한 외무부 산하 단체.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한국 문화·역사를 해외에 알리고 한국어를 보급하는 장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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