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망 이용 사기극/“컴퓨터기기 싸게 팔겠다”속여 돈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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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수생이 전화선도용 「하이텔」 가입 범행
다른 사람의 전화선을 도용,PC(개인용컴퓨터)통신망인 하이텔을 이용해 통신·전화요금을 남에게 전가시킨 것은 물론 현금을 사취,피해자들이 용의자를 확인해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국내에서 처음발생했다.
한국PC통신은 지난달 14∼17일 종합정보통신망인 하이텔 게시판화면에 컴퓨터관련기기들을 헐값에 판매한다고 속여 은행가명계좌를 통해 신청자들로부터 약 5백만원을 사취한 용의자로 조모씨(21·재수생)를 18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국PC통신에 따르면 용의자 조씨는 자신의 셋방(대구시 수성구 상동) 옥상에서 아래층에 살고있는 전수화씨(66·여)의 전화선에 다른 전화선을 불법연결,자신의 방까지 끌어온 다음 Channel이라는 ID(고유부여이름)와 「강성진」이라는 허위 이름으로 하이텔에 가입,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와 피해액은 ▲김모씨(38·부산시 장전동·2백42만원) ▲최모씨(34·서울 연남동·1백82만원) ▲유모씨(인천시·60만원) ▲김모씨(10만원) ▲박모씨(피해액 미상) 등 5명으로 4백94만원에 이르고 있으나 한국PC통신은 피해자가 더많을 것으로 보고 자체조사중이다.
피해자중 한사람인 김모씨는 『범인이 대구소재 농협의 온라인 가명계좌로 송금케하고 돈을 모두 사취한 다음 하이텔 화면에 다시 「내가 저지른 일은 모두 사기니 돈을 되찾을 생각은 아예 말라」는 내용의 조롱하는 글을 띄우는 등 대담함과 뻔뻔스러움까지 보였다』고 분개했다.
김씨는 『대구시 북부경찰서 형사와 함께 해당전화번호를 추적,옥상에 연결된 전화선을 따라가 용의자를 찾아내 돈을 인출시켜준 농협담당자와 대질시킨 결과 인상착의가 같으며 글씨체도 같다는 사실을 확인,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건은 정보통신제공업체들이 가입자수용경쟁에만 급급해 전화가입자와 하이텔가입자를 확인치 않았고 게시판을 이용한 「벼룩시장」 등 상품시장정보에 대한 진위여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등 관리를 게을리해온 탓으로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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