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고향 봉하마을은 '공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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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비좁은 골목길에 겨우 들어선 소형 굴착기 한 대가 바쁘게 움직인다. 땅속을 1m쯤 파낸 뒤 하수관을 묻고 흙을 덮고 있다. 40여 가구 대문 앞마다 콘크리트를 잘라내고 하수관로를 묻은 흔적이 나 있다. 노 대통령 생가와 귀향할 집(공사 중) 앞도 하수관로 매설을 위해 콘크리트 바닥을 부숴놓았다.

이 공사는 김해시가 6억여원을 들여 봉하마을에 직경 80~300㎜짜리 하수관 1.5㎞를 묻어 집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진영하수처리장까지 보내는 것이다. 지난 3월 착공,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뒤 살 집은 높다란 담장을 쳐놓고 공사 중인데 담장 사이로 골조가 거의 완성된 모습이 보였다.

노 대통령이 귀향을 앞둔 봉하마을은 온통 공사판이다. 마을 앞까지 도시가스관 매설은 지난달 끝났다. 도시가스 공급 회사인 경남에너지㈜가 본산공단에서 마을 앞까지 약 1㎞에 도시가스관을 묻었다. 집까지 연결되지 않았지만 농촌마을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가스 공급은 공사비와 공급 가구 수를 따져 수익이 예상될 때만 공급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아파트 같은 주거밀집 지역이 주요 공급 대상이다. 도심의 단독주택 지역도 도시가스 공급이 안 되는 곳이 많은 것에 비춰본다면 40여 가구가 사는 농촌마을에 도시가스 공급은 이례적이다.

50대 주민은 "대통령 집에 도시가스를 넣으려고 공사하는 거 아니겠느냐"며 "대통령 덕에 우리도 도시가스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김해시가 하수관 매설을 하느라 땅을 팠을 때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가스관을 함께 묻은 것이지 노 대통령 집과 봉하마을에 가스 공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해시도 봉하마을 하수관로 공사는 5000여억원(민자 포함)을 들여 2002년부터 김해시 전역에 걸쳐 연차적으로 해오는 하수관로 정비사업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귀향에 맞춰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봉하마을 주변의 진영하수처리장은 하루 처리용량이 3000t 규모로 350억원을 들여 2003년 8월 착공, 다음달 준공 예정이다.

김해=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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