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앉아 당할 수는 없다" 고 심성민씨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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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국인 중 추가로 살해된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가 31일 경기도 분당 피랍자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담담하고 차분했던 아버지의 눈가에 기어이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눈물을 참느라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키운 아이라는 아들 얘기를 하다 끝내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훔쳤다.

고 심성민(29)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가 31일 기자들을 만나 아들을 잃은 심경을 토로했다. 심씨의 이모 김정희(48)씨도 동석했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 흐느꼈다.

심씨는 아들의 생명 하나가 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또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신이 오는 대로 장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로부터 언제 소식을 들었나.

"오늘 서울 딸 집에 있는 작은아들이 정부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시신 상태 등) 자세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시신이 (성민군이) 확실하다는 것만 통보받았다. 그리고 조금 전(오후 3시30분) 분당 피랍자 사무실로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위로 전화가 왔다."

-다른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으니 아프간으로 빨리 뛰어가 해결 보는 게 좋겠다. 촉매자가 되자고 말씀드렸다."

-외신을 통해 탈레반에게 무슨 말을 했나.

"탈레반도 지구촌의 한 형제고 식구다. 봉사단은 순수한 사랑의 마음, 순수한 의료지원을 위해 아프간에 갔다. 나머지 피랍자를 무사히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피랍자 가족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길 바랐는데…"라며 넋 나간 표정이었다. 특히 남성 피랍자 가족들은 안절부절못했다. 탈레반이 남성 인질부터 순차적으로 살해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피랍된 제미숙(45)씨는 "동생도 위협을 받았을 텐데 가족으로서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이날 피랍자 가족모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선영(37.여)씨의 어머니 김경자씨가 대표로 읽은 호소문에서 가족들은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 남은 인질들이 무사히 귀환하기 위해선 전 세계인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이 정치적인 관계를 초월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곧 주한 미대사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분당=박유미.장주영 기자, 강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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