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혼다의 기술우선주의/김일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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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토바이 회사였던 일본의 혼다자동차는 4륜자동차 사업을 73년에 시작한 일본내 후발 자동차메이커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이제 일본내에서는 3∼4위,미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기업으로는 1위라는 위치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특히 일본의 최강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를 미국시장에서는 86년부터 앞섰다.
이같은 성과는 이 회사 창업주인 고 혼다 소이치로(본전종일랑)의 기술우선주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음을 일본 출장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서 기쁘고,팔아서 기쁘고,만들어서 기쁜 고품질차의 생산」이 이 회사의 모토다.
혼다는 일본 자동차업체중 가장 혁신적인 경영을 하는 「젊은 기업」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독특한 기술우위경영기법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혼다는 본사의 사장을 반드시 기술연구소 사장 출신으로 기용해 기술최우선주의를 실천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 자동차업체로는 유일하게 연구개발회사를 독립적으로 두고 있다. 연구개발조직을 독립시킨 것은 기술자들이 영업파트 등에 의해 특정방향으로의 기술개발 주문을 받지않고 잡념없이 연구에 전념케 하기 위한 배려다.
혼다 본사는 이 연구개발회사에 매년 매출액의 5%인 1천5백억엔을 무조건 지원한다.
혼다는 또 연구와 개발을 분리 운영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초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단계에는 99%의 실패도 허용하고 연구기한을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또 기술평등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도 사장과 기술자가 평등하며 1인1표를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혼다의 무네쿠니 요시히데(종국지영)부사장은 『설사 정치자금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우리차를 계속 사주면 회사는 튼튼히 버틸 수 있다』는 말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의 기술 사랑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후발이라 할 우리 자동차업계에 교훈이 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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