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은 국부의 효자… 새 인식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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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 4월로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우리 건설업체가 최초로 태국에 진출한 이래 햇수로 28년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건설 단일산업으로 인력·상품·기술 등 생산요소를 이동시켜 나라밖에서 1천억달러의 해외공사를 수주하였다는 것은 우리경제, 우리기업이 그만큼 성장하였고 국제적으로 기술선진국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건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해외건설은 작년말까지 2백3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여 국제수지를 개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되었다. 연인원 3백20만명의 직·간접고용을 유발시켜 고용구조를 안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총 20조원의 국민소득을 증대시켜 우리나라 경제근대화과정을 적어도 3년에서 5년 정도 단축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외건설은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하여 위기극복의 해결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60년대에는 무상원조중단과 국내자본형성부진으로 경제개발자본이 부족할 때 귀중한 경제개발재원을 공급하였고 70년대에는 1,2차 오일쇼크 때에도 석유수입액의 4할에 상당하는 외화를 벌어들여 유가충격을 흡수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였다. 또한 80년대 초반에는 수출규모 20∼65% 수준의 수주를 통하여 연간 20억달러대의 외화가 득을 실현함으로써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촉진 및 고용증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일부 해외건설 기업의 부실화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산업으로 비판이 대두되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해외건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해외건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기업의 경영관리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해외건설은 수입유발이 전혀없이 외화가득을 실현시키는 특성이 있다. 진출과정에서 제조업·항공산업·금융업·플랜트 수출업 등 연관산업의 대외진출을 촉진시킨다. 또한 선진국기업과 국제경쟁·합작협력을 통하여 관리·생산기술을 습득하고 국내에 전파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기술격차를 시정시키기도 한다.
3천여건에 달하는 다양한 공사경험과 60여개 국가에서 다져진 진출기반, 그리고 국제거래·관행등에 익숙한 인력, 2만여대에 달하는 해외중장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쟁체제도 타산업에 비하여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수주확대를 통한 경제의 활력제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국제화·선진화 여건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건설 수주 1천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그간의 해외건설에 대한 국민·정부·제산업의 인식이 새롭고 바르게 전환되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할 것이다. 【홍순길<해외건설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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