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파 '시련' 딛고 줄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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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단행된 경찰 인사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던 소신파들이 줄줄이 승진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한때 '너무 튄다'는 이유로 경찰 안팎에서 '문제아'로 찍혀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부에선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힘이 실릴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이번에 총경으로 승진한 황운하(黃雲夏.41)강동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찰대 1기생인 黃과장은 경찰대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수사권 독립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9년 6월 수사권 독립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경찰청이 갈등을 빚고 있을 무렵, 성동서 형사과장이었던 黃과장은 전격적으로 서울지검에 파견돼 있던 경찰관 5명을 원대복귀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黃과장은 용산서 형사과장 재직 때인 지난해 4월에도 경찰사상 처음으로 일선 검사가 포함된 법조인 30여명의 사건브로커 접촉 의혹 사건을 수사해 또 한번 검찰의 신경을 건드렸다. 결국 黃과장은 두달 뒤 부하직원이 납치사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치안감으로 승진한 김석기(金碩基.50) 신임 경찰청 경무기획국장도 99년 6월 수서경찰서장 재직시 청와대의 수사권 독립 논의 중단 지시에도 불구하고 관내에 수사권 독립 홍보문을 계속 붙여놨다는 이유로 서울청 방범지도과장으로 문책 인사를 당한 아픈 전력이 있다.

그때문에 당시 金국장은 경무관 승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지만 이제는 경찰 핵심간부로 발돋움했다.

2001년 4월 인터넷 신문에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란 글을 통해 "모든 합법적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동환(李東桓.40.서울청 경비계.경찰대 4기)경감도 이번에 경정으로 승진했다.

수사권 독립에 목소리를 높여온 그는 당시 괘씸죄를 사 서울청 과학수사실장에서 기동대 중대장으로 전출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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