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진씨 어떤 인물인가/정·재·관계와 밀접한 “밤의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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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암표상으로 출발… 재산규모 수천억대
서울지검은 3일 『개혁태풍이 불고있는 지금 이시기가 아니면 이제 다시는 그를 사법처리할 수 없다』는 비장한 표현으로 국내 빠찡꼬업계의 대부 정덕진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를 선언했다.
재벌총수를 능가하는 현금동원능력과 정계·재계·관계를 두루 꿰뚫는 사교술로 빠찡꼬업계에 군림해 온 그는 누구인가.
검찰은 정씨를 당당히 사업가로 변신,사회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마피아 대부에 비견하면서 『국내에서 밤과 낮의 세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라는 말로 그를 표현한다.
외면적으로 알려진 정씨는 부산 로열관광호텔·신신관광호텔,서울 희전관광호텔 등을 소유한 것은 물론 직·간접으로 80%이상의 국내 빠찡꼬를 장악하고 있는 사업가로 87,88년 국세청 고액납세자명단에서 각각 46,39위를 차지할 정도의 재력을 과시해 그 재산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동생 덕일씨는 서울뉴스타호텔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형 덕중씨도 강원도의회 부의장을 맡는 등 정씨 3형제는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있다.
함경도 북청출신인 정씨는 6·25때 월남한뒤 단성사부근에서 암표상을 하면서 「밤의 세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때 정씨는 당시 종로를 무대로 한 주먹계와도 인연을 맺었으며 암표상으로 모은 돈으로 오락실을 차리면서 슬롯머신계에 투신했다. 검찰은 60년대 후반 정씨가 슬롯머신계에 발을 들여놓은데는 현 D대교수 Y모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보고있으나 Y교수와 정씨의 관계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정씨는 이후 조직폭력계와의 공생으로 일천한 국내 빠찡꼬업계를 점차 장악해왔으며 뛰어난 사교술과 보스기질로 사업터전을 확장해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1백여개의 가명계좌를 관리해오면서 이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해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있으나 정씨의 배후로 거명돼온 정·재·관계인사들이 밝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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