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원의 일구이언/박영수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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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6일 민주당이 광고강매혐의로 구속중인 이동근의원의 석방요구를 둘러싸고 의원총회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을때 3장짜리 유인물이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제목은 「이동근의원의 옥중서신」. 이 의원은 이 유인물에서 구구절절 결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옵서버지가 포철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게재를 미끼로 광고비를 뜯어냈다는 검찰의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피끓는 심정으로』 동료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읍소했다.
『기사와 광고게재의 맞교환은 불가능했음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영웅심리에 가득찬 검찰 일부인사에 의해 작성되고 정권의 야당탄압·국면전환용,그리고 기업에 대한 몸조심 경고용으로 기획되었음을 확신합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정부·여당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던 민주당의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의총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과 함께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 때문에 국회는 하루 반나절이나 공전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하루만인 27일 태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는 아직 재판도 열지 않은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혐의사실을 시인하는 자술서를 변호사를 통해 공개했다.
검찰청 기자실에서 담당검사가 동석한 가운데 변호사가 읽은 이 자술서는 『광고 수주에 무리가 뒤따랐으나 책임자로서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개입한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의 신분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같은 태도번복이 있기 바로 1시간전까지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의원의 석방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사일정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동료의원들은 이 의원의 유·무죄여부를 떠나 국회회기중에 현역의원을,그것도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 구속한 것을 항의했다. 그들은 개혁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투쟁까지 촉구했던 이 의원을 열심히 대변했다. 그러나 스스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실망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은 『이렇게 맥빠지게 할 수 있냐. 국회도,민주당도 이 의원의 이중플레이에 놀아났다. 국민보기에 민망하다』고 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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