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성진 김영애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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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난한 고학생이었던「악바리」소녀가 창업 13년만에 직원 50여명을 거느린 중소기업사장으로 변신했다.
수도꼭지·비누대·수건걸이등 주방·욕실용 위생금구를 제조하는 (주)성진의 김영애사장(38). 강원도 속초 태생인 김사장은 4세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중학졸업후 홀로 상경, 낮에는 구로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나가면서 의지를 불태운 집념의 억척여성. 원통중학교 재학시절에는 전교 부회장을 지내고 핸드볼선수로도 활약할 정도로 적극성과 강인함을 함께 지녔던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77년, 수도꼭지연마·도금업을 하는 회사의 경리사원으로 입사한 것이 계기가 돼 「수도꼭지」와 인연을 맺게됐다. 그의 성실성과 정직성을 높이 산 회사사장(지금의 시외삼촌)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과 결혼, 80년 7백만원 자본으로 수도꼭지 제조공장을 인수하면서 김사장은 경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서울 신정동에서 7명의 직원과 함께 보일러의 공기를 빼주는 퇴수밸브를 생산하던 성진은 때마침 새마을 보일러가 붐을 이루면서 활기를 띠게됐다.
성진은 젊은 사장내외의 근면성과 끊임없는 제품개발, 그리고 자동차를 동원한 카 세일 등으로 수도꼭지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착실히 성장했다. 생산이 늘고 외형이 커지면서 부부가 함께하는 주먹구구식 경영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김사장은 89년 판매만을 전담할 성진금속을 만들어 남편 박성호씨에게 맡기고 자신은 신제품 개발에 더욱 전념했다. 수도꼭지에 관한한 세계제일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그는 실제로 지난 3월 신제품을 개발, 특허를 따냈다.
시장출시를 앞두고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는 김사장은 『품질이 좋으면 얼마든지 시장을 공략할수 있다는게 나의 믿음』이라며 『철저한 제품관리를 거쳐 생산한만큼 품질은 절대로 보장할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사장은 요즘 동남아시아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현지 합작공장 설립에 합의한 인도네시아에는 지난달 이미「킹」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첫수출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중국을 방문하는등 세계무대를 향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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