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사랑요리] “아버지 속 풀고 힘내세요, 아들이 있잖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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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는 남자의 한숨이고, 술은 남자의 눈물이라 했던가요. 비정규직인 아버지께서 얼마 전 다니시던 직장을 그만두셨습니다. 극심한 불황 때문에 퇴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아버지의 슬픔은 하늘을 덮은 장마철 먹장구름만큼이나 깊고도 넓어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실직은 곧바로 어머님의 커다란 한숨이 됐습니다. 당장 다음달이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생의 2학기 등록금과 기숙사 비를 마련해야 하거든요.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휴학생 처지인 제 마음 또한 무거웠답니다. 다행히 지인의 배려로 아버지는 곧 다른 사무실로 출근하셨습니다. 하지만 일이 썩 잘되시지는 않는지 어제도 아버지께선 밤 늦게 만취해 귀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아침 일찍 부업하러 나가셨습니다. 정오가 다 돼 겨우 일어나신 아버지의 쓰린 속을 달래 드리려 콩라달(콩나물+라면+달걀) 해장국을 끓였습니다. “아버지, 기운 내세요. 요리사보다 낫다고 칭찬해주신 아들이 여기 있잖아요.”

홍관호(25·대전광역시 대흥동)

■재료=인스턴트 라면 1개, 달걀 1개, 콩나물·대파·소금·다진마늘·즉석김·고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콩나물에 물과 소금을 넣어 팔팔 끓인다. 라면을 넣고 대파·마늘·고춧가루를 추가해 더 끓인다. 다 끓었으면 뚝배기로 옮겨 담아 다시 끓이고 달걀을 깨 얹는다. 김을 찢어 올리고 김치와 곁들여 먹는다.

week&과 동양매직이 공동으로 진행해온 ‘남자의 사랑요리’를 이번 주로 마무리합니다. 그간 고마운 아내를 위해 만든 두부가스, 공부하는 딸아이를 위한 꼬꼬마 만두피 피자, 갱년기 어머니를 위해 끓인 호박죽 수프 등 사랑이 듬뿍 담긴 여러 사연과 요리법을 소개했습니다. ‘요리=여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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