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기차타고세계여행] 바다에서 바다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호주 토착민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부르며 신성시했던 에어스 록(울룰루), 많은 관광객이 이곳에 가기 위해 더 간 열차를 탄다 사진 제공 = 호주정부관광청

 총면적 768만6850㎢, 한반도 넓이의 35배. 호주의 장대함은 지도만 보아서는 실감하기 어렵다. 대륙을 남북으로 가르며 달리는 열차 ‘더 간(The Ghan)’은 드넓은 땅덩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길이다. 노던 테리토리주의 북쪽도시 다윈에서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까지 총 2979km.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열대우림에서 붉은 사막으로, 다시 빽빽한 관목숲으로 끊임없이 바뀐다. 이 넓은 땅에 터를 내린 식물들, 그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귀한 경험이다.

다윈·애들레이드<호주>=이영희 기자

호주 대륙의 ‘속살’을 맛보다

 기차 ‘더 간’을 타기 위해 호주의 북동부 휴양도시 케언스를 거쳐 다윈에 도착했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 다윈의 더 간 레일 스테이션에 도착한 열차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다. 승객이 없으면 8량으로 편성되기도 하지만, 요즘은 휴가철 성수기인 만큼 대부분의 구간에서 22량 전량 편성이다. 기차에서만 꼬박 2박 2일(52시간)을 지내야 하는 긴 여행의 시작. ‘레드 캥거루 슬리퍼 캐빈(Sleeper cabin) N 30’이라고 적혀 있는 좌석표를 들고 기차에 올라탔다.

 ‘럭셔리 열차’를 내세운 더 간은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갖춰진 ‘골드 캥거루’가 일등석이다. 보통석인 ‘레드 캥거루’는 침대칸인 ‘슬리퍼 캐빈’과 의자로 여행하는 ‘데이나이터 시트(Daynighter seat)’로 나뉘어 있다. 한 평 남짓한 좁은 방의 문을 여니 마주보고 있는 2개의 의자 중 한쪽에서 할머니가 짐을 풀고 있다. 이틀 밤낮을 함께 지내야 하는 짝꿍 루시(72) 할머니다. 다윈에 있는 딸네 집에 놀러왔다가 애들레이드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비행기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지만, 차창 밖 풍경을 구경하는 게 좋아서 주로 기차를 이용”한단다.

 9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간 열차의 평균시속은 85km. 낮에는 손님들의 안락함을 위해 평균 속도보다 약간 느리게 달린다. 차창 밖으로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한 평원이 이어진다. 최고급 객실인 골드 캥거루는 끼니마다 식사가 따로 제공되지만 레드 캥거루에 탄 손님들은 식당칸에서 사 먹어야 한다. 햄버거와 샌드위치, 핫도그 등의 간단한 식사가 4~10호주달러. 첫 기착지인 캐서린을 지나니 창밖은 어느새 붉은 사막 풍경으로 바뀌어 있다. 기차에 탄 지 10시간,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을 받은 새빨간 노을이 장관이다.
 

‘세상의 중심’에 가다

 더 간을 이용한 기차여행은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 게 좋다. 기차가 서는 도시마다 색다른 구경거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의 첫날 오후, 기차는 다윈 남쪽 도시 캐서린에 4시간 머문다. 캐서린은 열대 우림과 습지대로 둘러싸인 호주 북부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정차 시간을 이용해 열차에서 마련한 ‘휘슬스탑 투어’에 참가하기로 했다. 버스로 간 캐서린 계곡에는 날카롭게 깎인 50m 높이의 사암 절벽이 아찔하다. 캐서린 계곡 크루즈 외에 눈앞에서 악어를 볼 수 있는 캐서린 강 크루즈, 헬리콥터를 타고 협곡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 등이 인기다. 투어별로 25~178호주달러. 일반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다.

 더 간을 이용한 기차여행의 핵심은 둘째 날 도착하는 앨리스 스프링스다. ‘아웃백’이라고 불리는 붉은 사막의 오아시스 앨리스 스프링스는 호주 토착민인 애버리지니의 영혼이 깃든 곳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에어스 록’은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약 340km 떨어져 있다. 애버리지니 말로 ‘울룰루(Uluru)’라고 불리는 에어스 록은 둘레 9.4km, 높이 348m에 이른다. 하나의 바위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과거 애버리지니는 호주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이 바위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겼다.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여주인공 아키가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어했던 바로 그 ‘세상의 중심’이다.

 기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은 앨리스 스프링스역에 내려 다음 열차가 오기까지 2박 3일, 혹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앨리스 스프링스 시내 및 울룰루와 올가 바위산을 포함한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을 둘러본다.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울룰루의 환상적인 색채나, 한여름 밤 사막에서 바라보는 별똥별 등은 잊지 못할 경험이다.
 

출발지는 여름, 도착지는 겨울

 한국이 장마와 불볕더위로 이어지는 7~8월, 호주는 겨울이다. 하지만 땅덩이가 큰 만큼 지역마다 기후가 다양해 준비를 제대로 못해 가면 당황스럽다. 기차의 출발지였던 다윈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돈다. 해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해수욕을 즐긴다.

 이틀을 달려 애들레이드에 도착하니 으스스한 찬 공기가 옷깃을 파고든다. 여행가방을 뒤져 준비해온 겨울 외투를 꺼내 입었다. 더 간의 종착지인 애들레이드는 또 다른 호주 열차노선인 ‘인디언 퍼시픽’(시드니~퍼스)과 ‘오버랜드’(애들레이드~멜버른)가 연결되는 기차여행의 중심지다. “애들레이드에서는 호주 와인 산지 바로사 밸리를 꼭 둘러보고 가야 한다.” 함께 내린 루시 할머니가 당부했다.

Tip 

■‘더 간’ 정보=다윈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애들레이드에서는 수요일과 일요일, 일주일에 두 번 출발한다. 가격은 ‘골드 캥거루’가 1920호주달러, ‘레드 캥거루’의 침대칸이 1390호주달러, 일반 칸은 690호주달러다. (1호주달러=약 800원) ‘골드 캥거루’ 서비스에는 식사가 포함된다. 열차 정보 및 예약은 http://www.gsr.com.au/에서 할 수 있다.

■에어스 록(울룰루) 여행정보=기차를 이용할 경우 앨리스 스프링스역에서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기차 이용객들을 위해 앨리스 스프링스 관광안내소에서 기차 일정에 맞춘 각종 패키지 여행을 마련하고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어스 록 커넬란 공항까지 매일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하루 4편, 시드니에서 하루 2편이 운행한다.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입장료는 25호주달러(16세 미만은 무료)로 입장권을 구입하면 3일간 사용 가능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