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김성호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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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사진) 법무부 장관의 교체설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있다. 교체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한나라당은 '교체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런데도 교체설은 끊임없이 나온다.

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하는 양상이 7월 들어 반복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청와대가 김 장관을 교체하기로 하고 한때 후임자를 물색한 건 사실이라고 청와대 관계자 여럿이 전했다. 발단은 김 장관이 청와대 뜻과 어긋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5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6월 11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선거법 9조가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법 9조가 위헌이라며 중앙선관위를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한나라당은 쾌재를 불렀고 청와대 측은 괘씸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7월 초 로스쿨 법이 통과될 때 김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만나며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김 장관의 노력이 인정됐으며 그 뒤 교체설은 쑥 들어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면된 셈"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랬던 교체설이 7월 중순 다시 등장했다. 김 장관이 한나라당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한나라당 당적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다. 청와대에선 공직 기강 차원에서 법무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노 대통령이 교체 결심도 하기 전에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둔 주무 장관의 교체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3, 24일 연이어 "청와대와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법무부 장관을 교체해선 안 된다"고 김을 뺐다.

김 장관의 거취 문제가 엉뚱하게 '선거 중립성 문제'로 번지자 청와대 측은 곤혹스러워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 기강 비서관실 조사 결과 일단 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와전된 것으로 결론났다고 한다. 그렇다고 김 장관 문제가 종결된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안에는 여전히 교체론이 존재한다.

법조계 주변에선 김 장관이 자진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김 장관이 자진 사퇴하면 청와대의 부담은 없어진다. 법무부 장관 교체설은 아직 휴화산인 셈이다. 김 장관이 그만둘 경우 후임에는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인 김성호 장관은 어떤 반응일까. 김 장관은 25일 오전 9시20분부터 법무부 청사에서의 간부회의에서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지라도 개의치 말고 흔들림 없이 일에 매진해 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석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도는지 불쾌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승희.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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