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또 한풀이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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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승엽이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홈경기에서 8회 말 3점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이틀 연속 대포를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25일 도쿄돔에서 계속된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홈경기에서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 10-3으로 앞선 8회 1사 1, 2루에서 좌완 오카모토 나오야의 2구째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3점포를 날렸다. 시즌 18호.

전날 연타석 대포로 1군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승엽은 시즌 두 번째로 두 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왼손 엄지의 관절염 부상을 털어낸 분위기다. 이승엽은 이날 3-2로 앞선 3회 무사 만루에서는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다니 요시토모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날 3타점에 이어 이날 4타점을 보탠 이승엽은 시즌 49타점을 기록했다. 요미우리는 홈런 4방을 몰아치며 13-7로 크게 이겼다.

이승엽의 이틀 연속 홈런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있다. 이승엽이 믿고 따르는 '선배' 김기태(38) 코치다. 정식 직함은 1군 타격코치 보좌. 그러나 선수단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아 더그아웃에서 직접 이승엽을 격려하지는 못한다.

경기 뒤 선배는 후배에게 "승엽아 축하한다"며 등을 두드려 줬고, 후배는 "선배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짧은 말 한마디로 진심을 주고받는 사이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손마디는 얼마나 아픈지, 타격감은 어떤지에 대한 말이 필요 없었다. 홈런을 쳤고, 그걸 확인한 걸로 충분했다.

"승엽이는 이미 야구 기술에서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고 있죠." 김 코치의 말이다. 전날 요코하마전에 왼손 엄지의 통증을 줄이려 고무 링을 끼겠다고 한 것도 이승엽 본인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손가락 부상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는 옆에서 믿어주고, 편안하게 해 주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요미우리 구단이 2군 육성군 코치이던 김기태를 1군으로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반기 개막전을 앞두고 둘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둘은 "자기 자리에서 후회할 일을 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상대에게 속내를 말하고, 들어주고 따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믿음이 있어 가능하다. 믿음의 힘이 이승엽을 지켜주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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