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가능성 배형규씨는 인질 중 유일한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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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25일 살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배형규(42.사진) 목사다.

그의 살해설은 아프가니스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인용, "살해된 한국인 남자 인질의 이름이 'Hon Qud'이며 'Hochim'의 아들"이라고 보도하면서다. AIP가 보도한 이름은 배 목사의 이름과 그의 부친 배호중(72)씨의 이름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한 것으로 해석됐다. 배 목사는 이번 한민족복지재단 아프간 봉사단의 단장이면서 봉사단 가운데 유일한 목사다. 주변에서는 그가 봉사단원 중 유일한 목사인 것이 살해 배경이 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샘물교회 부목사와 청년회 담임 목사를 겸하고 있는 배 목사는 교계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쾌활하고 리더십이 있어 교회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배 목사는 평소 청년회 회원 300여 명의 기도 제목을 일일이 살펴줄 정도로 자상해 따르는 교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출신으로 부친 역시 제주도 모 교회의 장로다. 제주제일중학교와 제일고등학교를 거쳐 한양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후 회사에 취업했으나 곧 그만두고 신학대에 진학해 목회자로의 삶을 시작했다. 신학대를 졸업한 뒤 박은조 담임목사와 영동교회에서 수년간 몸담아오다 1998년 박 목사와 함께 샘물교회 창립에 참여했다.

배 목사는 몸이 아파 3년여 전에 고향인 제주도에서 요양을 했다. 배 목사의 신학대 선배인 박재홍(44) 목사는 "배 목사의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으나 특이한 병으로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배 목사가) 2~3년 전에 병을 앓아 제주도에서 요양을 한 뒤 2005년에 병이 나아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배 목사는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주택에서 부인.딸(9)과 함께 살았다. 배 목사의 가족들은 제주도 본가에서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던 중 비보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목사의 아버지 배씨는 이날 아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시 모 교회에서 기도를 하면서 "인명은 하늘에 달려 있다. 아들의 죽음을 아직 인정할 수 없다. 하늘에 맡기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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