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증된 KBS의 ‘병풍’ 편파 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KBS의 편파 보도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KBS 보도국장 출신인 김인규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텔레비전 뉴스의 선거보도 의제 분석’이란 박사학위 논문에서 2002년 대선 당시 KBS 9시 뉴스를 편파 보도의 전형적 사례로 적시했다.

논문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 때 똑같이 이회창 후보의 자녀 병역 비리 논란이 제기됐지만 양상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여당 후보였던 1997년에는 19건 보도하는 데 그쳤지만, 야당 후보였던 2002년에는 101건이나 보도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도 달랐다. 2002년 보도에선 리포트 제목이 ‘병역 은폐 개입’ 등과 같이 김대업씨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내용이 12%가량 됐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발언을 육성으로 내보낸 것이 37건이나 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김씨의 주장을 사실로 호도한 것이다.

그 김대업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고 1년9개월을 복역했다. 엊그제는 허위 제보로 수사팀장의 명예를 훼손해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받았다. 김씨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우리 사법부가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회창 후보의 낙선은 이미 오래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김씨의 유죄가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KBS가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KBS의 편파 보도는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전두환 정권 때의 ‘땡전뉴스’까지 멀리 갈 것도 없다. 2004년 탄핵 방송을 생각하면 공영방송 KBS의 불공정·편파 보도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언론학회가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성을 잃었다”고 평가했겠는가.

그런 KBS가 공정보도 노력은 뒷전인 채 수신료나 올리겠다니 국민은 화가 나는 것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권 편에 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해 왔다. 그러고 나서 또다시 새 정권 편을 드니 믿을 수가 없다. 이런 방송을 어떻게 공영방송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런 체질을 바꾸지 못하는 한 수신료 문제는 아예 꺼낼 생각을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