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톤 화물 부리는 미녀 삼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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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백50t의 육중한 점보화물기가 1백t의 각종 화물을 싣고 3.5km의 활주로 끝을 뜨는 순간까지 피를 말려야 하는「로드마스터」(탑재관리사). 예전 같으면 여성으로는 엄두도 못 냈던 직종에 국내항공 사상 처음으로 진출해 「우먼파워」를 한껏 과시하고 있는 삼총사가 있다.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화물운송지점 수출팀에 소속해 활동하고 있는 대리급 로드마스터 장경숙(31·81년입사)·김경숙(30·84년입사)·김정희(30·84년입사)씨가 바로 그들. 일에 대한 성취감과 빡빡한 업무탓인지 곱상한 모습에 매력이 흐르는데도 모두 아직 미혼이다.
접수단계부터 화물의 특성을 파악해 비행기가 무게중심을 잡아 제대로 뜰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 적재계획을 세우고 짐을 싣는 조업사인 거친(?) 남자직원 10명안팎을 움직여 적재하는 것이 이들의 대략적인 임무.
「적재 임무끝」을 알리는 화물표가 이들 로드마스터의 손에서 기장의 손으로 건네져야 점보화물기는 비로소 날개를 편다.
『하루만 늦어도 제구실을 못하는 꽃·어패류 등을 꼼꼼히 챙겨 속히 보내는 등 가능한한 많은짐을 실어 보내면서 한국 수출화물의 최선봉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이들 삼총사의「위기관리」능력은 교통난등으로 마감시간을 넘겨 화물이 도착하는등 돌발사태때 유감없이 발휘되야 한다. 칸마다 다른 적지높이와 무게중심·천적관계온도조절·안전성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다 실어놓은 짐을 재빠르게 재배치해 정시운항토록 해야 한다. 실을 짐은 경마용 말이나 바닷가재꽃·열대어등에서부터 충격에 민감한 전자제품, 그리고 방사성물질·인화성물질·비행기 운항에 장애가 될 수도 있는 자석물질등 위험품 9종 등 실로 다양하다.
『견원지간으로 표현되는 천적관계에 있는 생물은 격리해 싣지요. 경주용 말 같은 동물은 비행중 자칫 요동(?)을 칠 수 있기 때문에 암수를 같이 싣지 않아요….』
두 김씨는 인하공전 항공관리과 출신이며 장씨는 서울여상출신. 이들은 지난해6월 어학·건강·대인관계·화물실무자격 등 까다로운 심사요건을 통과해 6개월 긴 피나는 훈련끝에 이제「어엿한」로드마스터로 발돋움했으며 자주 들이닥치는 야간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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