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어 군비리 파헤치기/김종호 전 해참총장 수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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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뇌물수표」 증거확보 구속 자신감/은행장­6공실세 연결고리 추적
대검 중수부가 21일 안영모동화은행장을 전격 연행한데 이어 하루만인 22일 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정신못차릴 정도로 발빠른 수사에 나섬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활동 주도권을 놓고 청와대와 감사원의 기세에 눌려 있던 검찰이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워낙 거물급에 대한 연이은 전격수사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안 행장은 고질적인 금융부조리에 대한 철퇴라는 의미가 있고,김 전 총장은 군도 결코 성역이 될 수 없다는 뜻이겠지만 파장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안 행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동화은행이 시내 유명 호텔과 백화점으로부터 영수증을 「싹쓸이」해 가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지만 당초에는 6공실세들을 겨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재산공개파동이후 6공당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P·L·K의원 등과 전직 고위관료 10여명에 대해 광범한 비리자료를 수집해왔다.
그러나 광범한 내사에도 불구하고 딱 떨어지는 범죄행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검찰 고위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미 5공 청문회 등을 통해 과거 들추기를 경험했던 6공 실세들이 거의 완벽한 방법으로 주변정리를 해놓은데다 그나마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은 하나같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안 행장에 대해 수사를 착수한 것은 정치권에서 직접적인 혐의를 찾아내지 못함에 따라 주변부터 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금융관행으로 볼때 은행측이 조성한 비자금중 일부는 분명히 정치인들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안 행장이 P의원과 함께 등산을 갔었다는 소문이나 6공당시 금융계의 대부격인 L모의원과 친분이 깊다는 소문은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더욱 짙게 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동화은행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정치인들에게 건네졌다는 혐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태정대검중수부장은 『비자금이 정치인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잡지 못해 검찰 스스로도 실망스럽다』고 말해 안씨에 대한 수사가 당초에는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그동안 성역으로 치부되던 군인사비리에 대해 전격 수사에 나선 것은 안 행장 수사의 성과 부진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중수부장은 『안 행장에 대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그동안 투서가 계속 들어왔던 김종호 전 해참총장에 대해 서둘러 수사를 시작했다』고 수사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총장의 인사청탁 뇌물관련 투서는 그동안 국방부뿐 아니라 검찰에도 여러차례 접수됐었지만 군과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검찰은 개입을 꺼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행장에 대한 수사결과가 용두사미격이 되고 언론에서 군인사 부조리에 대한 추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청와대측과 협의,서둘러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검찰관계자의 말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뇌물로 받은 수표에 대해 이미 추적해 둔 자료를 군수사기관으로 부터 넘겨받아 김 전 총장 구속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때 검찰수사는 성역없이 진행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로부터는 특정인물에 대한 수사를 지시받은 적이 없으며 누구든지 가리지말고 파헤치라는 것이 지시라면 지시』라는 검찰관계자의 말이다.
검찰이 그동안 겹겹이 누적돼온 우리사회 곳곳의 비리에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 어느정도의 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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