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인천 재즈 페스티벌 여는 ‘정명훈씨 아들’ 정선…그의 파트너 신예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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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두 재즈 아티스트 정선((左)·기타)과 신예원(보컬). 다음달 17, 18일 열리는 인천 재즈페스티벌에서 호흡을 맞춘다. 김성룡 기자

  그는 분명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리 동떨어진 길도 아닌 듯하다.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54)씨의 둘째 아들 정선(25)씨. 정선씨는 클래식을 하는 아버지와 달리 대중음악인 재즈를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재즈 명문 뉴스쿨 대학에서 재즈 기타를 전공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인천 재즈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2회째인 올해 페스티벌(다음달 17·1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17명으로 구성된 재즈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인다.

 “아버지도 재즈를 좋아하세요. 둘째 아들이 당신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흥미로워하시죠. 제 공연 때도 항상 와 주신답니다. 그리고 항상 말씀하세요. 클래식이건 재즈건 좋은 음악은 그냥 좋은 것이라고.”

 정씨는 즉흥 연주의 매력에 빠져 재즈를 선택했다. 클래식은 ‘너무 늙었다(too old)’고도 말했다.

 “클래식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지만, 재즈는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면 돼요.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또 “재즈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피크가 아닌 손가락으로 퉁기는 그의 연주는 때묻지 않은 솔직함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씨는 그의 연주에 대해 “순박한 마음을 수줍은 듯 보여 주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천 재즈페스티벌에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초대하고 있다. 뉴욕에서 쌓은 인맥 덕을 보았다. 올해에는 브라질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그베르토 지스몬티,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은 최고의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 쿠바 최고의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 등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 팬들은 귀에 익은 재즈만 들으려 하는 성향이 있어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가 무척 많습니다. 그들의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2년째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의 가장 큰 파트너는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26)씨다. 역시 뉴스쿨 대학에서 공부한 촉망받는 재원이다. 최고의 색소포니스트 빌리 하퍼의 메인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씨는 동덕여대 3학년 때인 2002년 ‘별’이라는 노래로 대중음악계에 데뷔했다. 김진표와 함께 ‘유난히’란 노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그가 재즈로 방향을 바꾼 것은 MBC ‘수요예술무대’ 진행자로 유명했던 피아니스트 김광민 교수의 ‘음악감상론’ 수업에서 재즈와 보사노바를 접하면서다.

 “특히 보사노바가 가슴에 뜨겁게 와 닿았어요. 가장 나답게 노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는 생각에 2005년 봄 유학을 떠났습니다.”

 신씨는 음악인으로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했다. 가수로서는 보사노바를, 작곡가로서는 재즈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정씨가 한상원·함춘호씨와 함께한 공연에 신씨가 코러스로 나서면서 둘의 인연도 시작됐다. 재즈 보컬과 재즈 기타리스트로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그들은 “싱그러운 자연에서 음악의 영감을 받는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해돋이, 석양, 바다, 꽃 등에서 느낌을 받아 곡을 씁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에서 자연의 정취가 느껴지죠. 예원씨도 뉴욕 센트럴파크 등에서 마주친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정선)

 그들은 취미도 비슷했다. 등산, 공원 산책, 정원 가꾸기다. 음악적 교감 이상의 것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우리의 호흡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호호호.”(신예원)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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