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한마리'에 다리가 세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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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복을 맞아 보양식으로 삼계탕 대신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켰는데, 닭다리가 세 개라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소비자들이 닭고기 가운데 유독 닭다리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부 닭고기 프랜차이즈 업계가 수입 닭고기를 쓰는 것도 한몫 한다. 수입 닭고기는 대부분 부위별로 분리돼 들어온다. 수입 닭다리를 따로 튀겨 한 개 더 넣어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인들은 닭고기 가운데 유별나게 다리를 좋아한다. 닭다리 자급율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양계업계에서는 자급율이 80%가 채 안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족분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닭다리 수입액은 2억8000만달러(약 2500억원)에 달하고, 그 2005년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선진국에서 인기 있는 부위인 닭가슴살은 아직까지 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닭가슴살은 수출까지 한다. 지난해 수출액은 400만달러. 물론 수출 규모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닭가슴살이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닭가슴살 수요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들 나라는 닭가슴살을 수입하고 닭다리는 수출한다.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 협회 이병억 회장은 “최근 닭고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부위별 수요의 불균형이 심하다”고 말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닭다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삼겹살 선호 현상과 흡사한 데가 있다고 지적한다. 돼지고기이건 닭고기이건 팍팍한 살보다는 지방과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살코기를 좋아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구이나 튀김식 요리 문화에서는 돼지고기 중에서는 삼겹살, 닭고기 중에서는 닭다리가 다른 부위보다 훨씬 맛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리 방법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닭다리는 닭가슴살에 비해 훨씬 더 질감이 부드러운 편이다. 전통 보양식이었던 닭에서 닭다리가 차지하는 위상이 닭다리 선호 현상에 반영돼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닭다리 한개 쯤 먹어야 닭 한 마리를 먹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삼겹살과 함께 닭다리의 관세를 낮추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요의 부위별 불균형으로 생긴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우리가 삼겹살과 닭다리에만 매료된 사이, 선진국 입장에서는 입맛 당기는 틈새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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