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해체후』 러·동구경제연부소장 오가와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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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이와나미(암파) 서점에서 새로 발간된 『소련해체후』는 91년 12월 소련붕괴이후 러시아가 취해온 급진적 경제개혁이 완전히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커짐에 따라 나타난 러시아 경제·사회상황을 최신 자료를 사용해 분석한 책이다.
니가타(신석)대 경제학교수를 거쳐 현재 러시아·동구무역회 상무이사겸 러시아·동구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저자 오가와 가즈오(소천 화남·58·동경외대 러시아어과졸)교수는 그동안 80차례가 넘는 현지방문을 토대로 현재 러시아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있다.
오가와교수는 우선 시장경제로의 이항이 과연 구소련에 있어「만병통치약」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장경제」는 말뿐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사회주의적인 계획경제 체제에서 존재한 모든 것을 부정하고 뭐든 완전히 시장화하려는 극단적인 발상은 마치 러시아혁명후 소련이 자본주의적 요소를 전면 부정하고 완전한 계획경제 시스팀을 건설하려했던 스탈린의 방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오가와교수는 러시아에는 러시아대로의 방식이 있는 만큼 서방의 자본주의에 무조건 영합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에서 자본주의가 왜곡돼 나타난 것이 바로 「극단적 배금주의」라고 오가와교수는 지적한다.
오가와교수는 『러시아에서는 고급관료나 연구기관의 상급연구원들에서부터 보통의 근로자· 사무원에 이르기까지 높은 수입을 쫓아 무절제한 전직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으며 만사가 돈이라는 세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 『과거 세계에 자랑하는 기술수준을 갖고 있던 소련의 아카데미즘은 이제 사라져버렸다』고 개탄한다. 오가와교수는 또 『제한없는 이윤추구는 자본주의사회에 존재하는 상업적 모럴이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게 기본적인 요인』이며, 상업모럴의 전통이 없다는 것이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막는 가장 큰 장애임을 러시아 개혁주의자들은 모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가와교수는 또 최근 현안이 되고있는 대러시아 지원문제에 대해 CIS가 유망한 시장이란 전제하에 『석유·천연가스등 자원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한 금융·기술지원을 집중시켜야 한다』 고 장기적인 경제협력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 『생산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제프로젝트가 있다면 공적 융자와 민간차원에서의 융자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러시아극동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제언도 덧붙이고 있다. <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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